일부 민통선 내 야생동물들이 민간 전기 철조망에 무차별 희생되고 있습니다.
야생동물 피해를 막기 위해 농사용 전기를 끌어다 쓴 건데, 야생동물 희생은 둘째치고 사람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습니다.
갈태웅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기자 】
경기도 연천의 한 민통선 영농지.
평범한 논이지만, 가는 철사가 논 전체를 에워싸고 있습니다.
▶ 스탠딩 : 갈태웅 / 기자
- "양수기 용도로 설치된 농사용 전기입니다. 하지만, 이 전선을 통해 논 주변을 둘러싸는 전기 철조망으로 둔갑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야생동물들이 무차별 죽어나간다는 사실입니다.
전기 철조망을 건너다 감전돼 죽은 고라니가 논에 방치돼 있는가 하면, 인근 하천에 버려진 사체도 수두룩합니다.
게다가 꿩과 같은 조류도 철조망 밑에 죽어 있고, 고라니 뼈들도 심심찮게 발견됩니다.
심지어 농로에도 전선이 가로놓여 있을 정도입니다.
▶ 인터뷰 : 김 모 씨 /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주민
- "전선을 안 밟고 옆을 밟아도 죽는다는 얘기예요. 굉장히 위험한 거죠. 물에 젖어 있으니까 옆에만 밟아도 그냥 즉사한다는 얘기예요."
이에 대해 농민들은 야생동물 피해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 인터뷰 : 유 모 씨 / 전기 철조망 설치 농민
-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거예요. (동물 때문에요?) 예. 농사를 지어 먹지를 못하는데, 가을에 벼 벨게 하나도 없는데, 농사지으면 뭐해요?"
하지만, 민통선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 같은 행위는 엄연한 불법입니다.
민통선 영농이란 감시의 사각지대 속에 야생동물들은 오늘도 처참하게 희생되고 있습니다.
MBN뉴스 갈태웅입니다. [ tukal@mk.co.kr ]
영상취재 : 배병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