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노역 피해자 손해배상 길 열렸다

【 앵커멘트 】
첫 소식입니다.
일제 강점기 징용 피해자들에게 70년 만에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습니다.
우리 대법원은 일본 법원의 판결을 부정하고, 징용 피해자들에게 승소 취지의 새 판결을 내놨습니다.
먼저 강현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지난 1943년 일본으로 끌려가 제철소에서 근무한 89살 여운택 할아버지.

일본이 망할 때까지 단 한 푼의 월급도 받지 못하고 감시 속에서 고된 노동에 시달렸습니다.

▶ 인터뷰 : 여운택 할아버지
- "그때 생활이라는 것은 거지 중의 거지고 말할 수가 없어요. 사람, 인간이라고 취급할 수 없어. 뼈만 남아서 끌려가서 일하고 그렇게 했어요."

하지만, 한일 청구권협정 이후 배상받을 길은 막막해졌고 일본에서 낸 소송은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패소했습니다.

또, 우리나라 법정 공방도 1·2심 모두 일본 측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강제징용 67년 만에 마침내 손해배상의 길이 열렸습니다.

대법원 1부는 강제동원 피해자 등이 미쓰비시 중공업과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습니다.

▶ 인터뷰 : 윤성식 / 대법원 공보관
-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 일본 법원의 판결은 일제의 강제동원을 불법이라고 보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적 가치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청구권이 이미 소멸됐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분명히 선을 그었습니다.

식민지 지배의 불법성조차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살아 있을 뿐만 아니라 소멸시효도 지나지 않았다는 겁니다.

피해자 측은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 인터뷰 : 장영석 / 원고 측 변호사
- "파기환송됐다는 것은 원고 주장을 기각 또는 각하했던 주장이 배척된 것이고, 그 취지에 따라서 항소심 판결도 원고 승소판결을 내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 인터뷰 : 이희자 /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대표
- "동료들이 그렇게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본인들이 얼마나 마음이 아팠겠어요. 그래도 90세까지 살아 계신건 오늘같이 이런 좋은날, 좋은 결과를 보시기 위해서가 아니었나…."

▶ 스탠딩 : 강현석 / 기자
- "이번 판결은 식민지배로 피해를 본 우리나라 국민이 일본을 상대로 승소가능성을 인정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지만, 실제 배상을 받기까지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남아 있습니다. MBN뉴스 강현석입니다. [wicked@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