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의 한 치과 그룹이 2년 넘게 공업용 과산화수소가 함유된 무허가 치아 미백제로 시술을 해오다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환자 수천명이 피해를 봤는데 보건 당국은 단속도 안하고 법령은 허술했습니다.
서정표 기자입니다.
【 기자 】
서울의 유명한 치과 병원.
한 남성이 의사에게 치아 미백 약품을 보여주며 공업용 과산화수소와 섞어 사용하면 미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말합니다.
▶ 인터뷰 : 치재료 납품업체 관계자
- "과산화수소 35% 섞어서 쓰는 거예요. (아, 그래요. 그건 어떻게 구해요?) 그건 저희가 구해다 드릴 수 있어요."
이처럼 공업용 과산화수소를 법의 허용치인 15%보다 2배나 짙은 농도로 섞어 만든 무허가 치아미백제를 사용해 온 치과 그룹이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전국에 치과 병원만 110개가 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치과 그룹으로 지난 2008년부터 4천 명이 넘는 환자에게 시술을 해왔습니다.
▶ 인터뷰 : 오 모 씨 / 무허가 치아미백제 시술 피해자
- "받고 나니까 이가 너무 시리고 물 먹을 때 좀 아팠고, 약을 처방해준다고 했는데…"
2년 넘게 불법 시술을 해왔지만 단속은 거의 없었습니다.
2006년 식약청이 대한치과협회 등에 무허가 치아미백제의 위험성을 알리는 공문을 보낸 뒤 단속은 2009년과 지난해 단 두 차례만 이뤄졌습니다.
▶ 인터뷰 :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
- "무허가라는 것이 정보 없이, 수사권이 있어서 다 뒤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한계가 있고요. "
관련 법령도 허술합니다.
보건범죄단속법령에는 과산화수소 같은 유해 물질의 함량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기준이 없습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무허가 치아 미백제를 사용하는 병원이 전국에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찰은 이 치과 그룹 산하 병원장 35살 김 모 씨 등 46명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해외로 도피한 그룹 대표 김 모 씨를 쫓고 있습니다.
MBN뉴스 서정표입니다.[deep202@mbn.co.kr]
(영상취재:김회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