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를 돌아다니며 연쇄 방화를 일으킨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잡고 보니 10대 다문화 가정 청소년이었는데요, 방화에는 안타까운 사연이 숨어 있었습니다.
이성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화염병을 한번 발사해 보겠습니다."
앳돼 보이는 한 남성이 유리병을 벽에 던지자 불길이 치솟습니다.
이번엔 이불을 뒤집어쓰고 골목길을 어슬렁거리더니 라이터를 켜 버려진 폐지에 불을 붙입니다.
소방대원이 출동하자 손짓으로 불난 장소를 가리키는 여유까지 보이는 이 남성은 18살 정 모 군.
▶ 스탠딩 : 이성훈 / 기자
- "정 군은 주택가를 돌아다니며 하룻밤 사이 3차례에 걸쳐 연쇄 방화를 일으켰습니다."
한국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정 군은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하다 고등학교를 자퇴했습니다.
▶ 인터뷰 : 정 군 학교 친구
- "만날 잤어요, 와서. 자다가 가끔 일어나서 돌아다니고 혼자 그랬어요."
두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지난해엔 가출한 정 군을 찾아다니던 할머니가 교통사고로 숨지면서 더욱 마음 붙일 곳을 찾지 못했습니다.
▶ 인터뷰 : 이규동 / 서울 광진경찰서 강력계장
- "할머니 사망과 죄책감, 사회에 대한 불만이 어우러지면서 연쇄 방화로 이어졌고 방화를 할 때마다 희열을 느끼거나 마음이 안정됐다고…."
▶ 인터뷰 : 이현정 / 다문화 가족 교육센터장
- "다문화 자녀의 왕따·차별·폭력사태 무척 심각합니다. 학교 이탈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사례가 많은데, 내국인들의 인식 개선 교육도 무척 시급합니다."
경찰은 한국피해자지원협회의 도움을 받아 정 군의 심리상담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MBN뉴스 이성훈입니다. [sunghoon@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