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90년대, 이만기와 강호동 같은 민속 씨름 스타들, 프로축구·야구를 능가했을 정도로 그 인기가 대단했죠.
하지만, 대중의 외면 속에 쇠락의 길을 걸은 우리 씨름, 지금은 학교에서도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갈태웅 기자가 그 현실을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지난해 한 방송사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혜성처럼 등장하며, 연예계에 진출한 전직 씨름선수 김도현 씨.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동안 씨름대회에도 3번 출전해 입상하는 괴력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제 씨름선수가 아닙니다.
▶ 인터뷰 : 김도현 / 가수·전 씨름선수
- "미련이 안 남는다고 하면 좀 거짓말이겠죠. 씨름도 제가 엄청 좋아하는 운동이고, 근데 어떻게 보면 좋은 기회가 됐으니까, 고민을 엄청 많이 했었어요."
더구나 그가 한때 뛰었던, 전통 20년의 모교 씨름부도 자립형 사립고 전환을 이유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 인터뷰 : 성신고 관계자
- "성적 우수한 아이들이 모여 있는데, 우리가 속된 말로 씨름이 좀 그렇지 않습니까."
그에게 있어 씨름은 영원한 옛 기억이 되는 셈입니다.
앞서 씨름부를 없앤 울산 방어진중학교.
옛 모래판은 이제 탁구장에 자리를 내줬습니다.
해체 이유를 물어보자, 회의적인 반응부터 보입니다.
▶ 인터뷰 : 울산 방어진중학교 관계자
- "무조건 애들보고 운동하라고 해서, 고등학교까지 운동하고 졸업하면 대학교 가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아닙니까."
이처럼 우리 씨름은 프로씨름단 붕괴에 이어 학원스포츠에서도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2006년 1천700여 명이었던 초·중·고·대학 씨름 등록선수는 지난해 1천500여 명으로, 무려 200명 가까이 줄었습니다.
▶ 인터뷰 : 이태현 / 용인대 교수
- "일단 선수들이 좀 그런 자기 개발을 소홀한 경우도 있고, 그다음에 행정적으로도 좀 미래지향적인 발전 비전을 제시 못 한 것도 있었고, 너무 그때 시대에 안이하게 그 인기를가지고만 가려고 했고…."
다행인 것은, 지난해 초등학교 씨름부가 2010년에 비해 9개 팀, 75명이 늘었다는 사실입니다.
제1 민속 스포츠란 옛 명성 회복의 출발점이 되는 학교 씨름, 우리 씨름을 살리기 위한 장기적인 육성책이 절실해 보입니다.
MBN뉴스 갈태웅입니다. [ tukal@mk.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