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장 폐쇄 후에도 주민 자살이 계속된다는 경기도 화성 매향리 주민들 소식, 어제 전해드렸죠.
사격장 폐쇄 당시 평화생태공원을 지어주겠다던 약속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약속이 8년째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 사연을 갈태웅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미 공군 쿠니사격장 폐쇄를 위해 지난 25년간 청춘을 바쳤던 전만규 매향리 주민대책위원장.
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그도 한때 할복을 기도했을 만큼 사격장은 그의 인생을 뒤흔들었습니다.
▶ 인터뷰 : 전만규 / 매향리 주민대책위원장
- "(흉터를 가리키며) 우리 매향리,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와 매화꽃. 전폭기가 폭탄을 투하하는 대신 이제는 이 비둘기가 매화꽃을 떨어뜨리는 이런 형상으로…."
하지만, 2005년 사격장 폐쇄 후에도 그는 대책위원장 자리를 내려놓을 수 없습니다.
평화공원이 들어선다던 사격장 부지, 8년째 감감무소식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매향리는 요즘 평화공원 건립 약속을 지키라는, 외로운 2차 투쟁에 나섰습니다.
▶ 스탠딩 : 갈태웅 / 기자
-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싸움에서 이기고,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주민들. 하지만, 그들의 반세기 희생은 여전히 방치돼 있습니다. 이들에게 평화공원이 필요한 이유, 이들의 한과 질곡의 세월을 남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지만, 그 공간엔 오늘도 녹슨 포탄만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사업 주체인 화성시는 재원 부족을 외치고 있지만, 땅 주인인 국방부는 감정평가액 그대로 받겠다는 입장이어서 사업은 계속 제자리만 맴도는 실정입니다.
▶ 인터뷰 : 경기도 화성시 관계자
- "평택(기지) 짓는 사업비를 이쪽을 팔아서 마련하려는 목적이 있는 거에요. 주민들이 감내한 희생이 있잖아요. 그런 것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개발사업을 해야 하는 거지, 이걸 땅장사해서 한다는 건…. "
매화 향기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매향리, 하지만 지난 54년간 이 마을엔 매향 대신 아픈 기억만 가득했습니다.
▶ 인터뷰 : 이장옥 / 매향리 주민
- "미군이 직접 차 갖고 다니면서 무서웠어요. 막 후려치고 그랬어요. 그 안에 들어가면 그냥 끌어내고 그냥, 개 끌듯이 끌어내고, 그런 일이 많았어요."
그 상처를 아직 치유하지 못했지만, 사격장 필요성이 사라진 지금, 철저히 내팽개쳐진 현실에 주민들은 또 한 번 상처받고 있습니다.
MBN뉴스 갈태웅입니다. [ tukal@mk.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