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인 하늘다람쥐가 말벌통에서 추운 겨울을 나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보통 하늘다람쥐는 나무구멍을 집으로 쓰는데, 말벌통을 보금자리로 이용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합니다.
김한준 기자입니다.
【 기자 】
월악산 국립공원 자락의 한 암벽.
지름 30센티미터 정도의 말벌통이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 살고 있는 것은 말벌이 아닙니다.
이곳의 주인은 옅은 회색 머리에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가진 하늘다람쥐입니다.
입을 오물거리며 주위를 살피더니 인기척을 느끼자 두려운지 줄행랑을 칩니다.
순식간에 집 위로 올라가 나무 사이를 넘나들더니 이내 카메라 시야에서 사라집니다.
하늘다람쥐 대부분이 나무구멍을 집으로 이용하는 데 말벌집을 보금자리로쓰는 것은 이례적입니다.
▶ 인터뷰 : 이배근 / 월악산국립공원 계장
- "지금 찾을 수 있는 나무구멍의 수가 한계가 있으니까 다람쥐들이 유사한 형태의 둥지를 찾아서 동면할 수 있는…."
어미와 떨어져 겨울을 처음 나는 새끼 다람쥐가 섬유질과 펄프재질로 만들어져 보온력이 뛰어난 말벌집을 월동장소로 선택한 것입니다.
하늘다람쥐는 몸길이 15~20cm의 작은 몸집이지만 앞다리와 뒷다리 사이의 피막을 이용해 최장 30미터를 날아다닙니다.
우리나라 고유의 종이지만 남은 개체 수가 얼마 되지 않아 천연기념물 328호로 보호받고 있습니다.
생존을 위해 모험을 시도한 이 새끼 다람쥐가 무사히 겨울을 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MBN뉴스 김한준입니다.
[ beremoth@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