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역 근처에 가보면 미디어 폴이라는 전광판이 있습니다.
애초 국내외 유명작가의 작품을 올려 문화 거리를 조성한다는 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광고판이 되고 말았습니다.
신혜진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기자 】
종이가 아닌 기다란 대형 LED 전광판 안에 기발한 영상물이 담깁니다.
지난 2009년 강남구가 시민들에게 이런 미디어 아트의 접근성을 높이려고 만든 공공재입니다.
그런데 이 미디어 아트가 상영되고 나서 신발과 휴대전화와 같은 상업광고가 줄줄이 나옵니다.
▶ 스탠딩 : 신혜진 / 기자
- "실제로 제가 직접 미디어 폴에 편성된 미디어 아트와 광고 시간을 재봤습니다. 영상물이 한 번 반복되기 전까지 12분 정도가 걸리는 데 미디어 아트가 편성된 시간은 5분도 되지 않았습니다."
1시간을 지켜본 결과 미디어 아트의 편성시간은 고작 24분. 나머지 절반 이상은 광고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편성 시간의 50%를 미디어 아트로 채우도록 한 운영 규정을 위반한 겁니다.
시민들은 '미디어 폴'을 아예 광고판으로 인식하기도 합니다.
▶ 인터뷰 : 이상준 / 서울 하계동
- "걷다보면 잘 보이지도 않고 주로 광고를 자주 본 것 같아요."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까.
이유는 미디어 폴을 조성한 곳과 운영 주체가 각각 다르기 때문.
강남구청은 80여억 원의 혈세를 투입해 '미디어 폴'을 지어놓고 운영은 제일기획과 KT, 광인 이렇게 3개 기업에 위탁하고 나서 사후관리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들 업체가 얼마를 버는지 또 수익금은 누가 어떻게 관리하는지 전혀 알 길이 없습니다.
▶ 인터뷰(☎) : 강남구청 / 미디어 폴 관리자
- "운영사업자 선정할 때 잘 운영되도록 사업자를 민간에 넘긴 거거든요. 그쪽의 수익을 (우리가 확인할) 권한 같은 건 없어요."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공공시설물인 '미디어 폴'이 엉뚱하게 특정기업의 배만 불리고 있습니다.
MBN뉴스 신혜진입니다.
촬영 기자 : 김병문 기자, 조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