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사람을 살해하고 국내로 밀입국한 흉악범이 버젓이 한국 국적을 얻어 살다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밀입국과 국적 취득 과정에서 아무런 제재도 없었다고 합니다.
보도에 김순철 기자입니다.
【 기자 】
1년 전 개봉한 영화 '황해'.
영화 속에서 살인청부를 받은 조선족 주인공이 배를 타고 밀입국합니다.
뒤이어 그를 죽이려는 조선족 흉악범들이 국내로 들어와 처절한 추격과 살육을 펼칩니다.
신원도 알 수 없는 흉악범들이 활개를 치고 다니는, 생각하기도 싫은 상황입니다.
그런데 비슷한 일이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97년, 중국에서 사람을 살해한 혐의로 수배 중이던 조선족 백 모 씨는 위조여권을 만들어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 인터뷰 : 이민섭 / 외사과 국제범죄수사대
- "피의자들이 한국을 도피처로 삼는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를 한 것입니다"
유유히 비행기를 타고 입국한 백 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어엿한 한국 사람이 될 수 있었습니다.
2명의 인우보증서와 성장환경 진술서를 허위로 작성해 법원에 제출하고 2~3분의 간단한 진술을 거쳤더니 손쉽게 국적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게 백 씨의 설명입니다.
심지어 성장환경 진술서조차 백 씨의 아내가 썼지만 법원은 이에 대해서도 전혀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 인터뷰 : 백 모 씨 / 피의자
- "저는 조사가 좀 엄격하게 나올 줄 알았습니다.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어떠셨나요?) 의외로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
결국 법원의 허술한 행정 처리가 중국인 흉악범을 멀쩡한 한국 사람으로 만든 셈입니다.
경찰은 백 씨를 구속하고 이 같은 사례가 더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중국 공안과 함께 수사를 확대할 예정입니다.
MBN뉴스 김순철입니다 [liberty@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