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열린세상에 살고 있습니까?
【 기자 1 】
- "자신의 뜻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사람들은 저처럼 이렇게 1인 시위를 벌이곤 합니다.
종편 MBN이 개국과 함께 우리 사회에 던지는 첫 질문은 바로 2011년 우리는 열린세상, 열린사회에 살고 있는가입니다.
답변은 압도적으로 아니다 였습니다.
열린사회를 만드는데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분야는 어디냐는 질문에 국민들은 방송과 언론의 역할을 가장 많이 꼽아주셨습니다."
【 기자 2 】
- "열린세상의 가장 기본 조건은 바로 '소통'이 아닐까요?
하지만, 현재 소통이 원활하다고 느낀 분은 단 9%에 불과했고 절반이 넘는 분은 부정적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렇다면, 원활한 소통은 뭐가 기본일까요?
다른 사람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경청을 무려 96%가 꼽았습니다."
【 기자 3 】
- "열린세상은 더 나은 경제 상태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2011년 한국인은 70%가 경제적 계층 이동 가능성에 부정적으로 답했습니다.
그나마 10년 후 나의 경제상황은 더 나아질 것이라고 답한 사람이 비관적인 사람보다 많았다는 점은 위안거리 입니다."
【 기자 4 】
- "지금도 수많은 학생들이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학교에서, 가정에서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교육은 열린세상을 만드는데 얼마나 기여하고 있을까요?
국민들 절반 이상의 평가는 냉정했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배워 온 교육은 입시대비였다고 답했지만, 교육의 목표는 인성 함양이라고 답했습니다."
【 앵커멘트 】
이렇게 열린세상. 열린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다양한 생각을 알아봤습니다.
열린세상. 열린사회로 가는 길 저희 MBN은 '소통', '경제'. '교육' 이 세 가지 시각에서 찾아봤습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소통'을 주제로 이야기 나눠볼 텐데요.
조시영 기자, 개인의 소통을 직접 찾아보셨다고요?
【 기자 】
그렇습니다. 하루에 다른 사람과 공감대를 찾으며 소통을 하는 시간 얼마나 되십니까? 40대 직장인의 하루에서 소통을 찾아봤습니다.
【 VCR 】
"민준아 아빠 간다”“다녀오세요.”
<대한민국 표준 한국인>
이름 : 남효탁 (만 40세)
자녀 : 1남 1녀
소득 : 월 400만 원대
표준 한국인 남 씨의 바쁜 하루가 시작됩니다.
회사 팀원들과 함께한 오전 아이디어 회의.
팀장인 남효탁 씨는 50분 회의 중 32분을 말합니다.
점심시간은 팀원과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간입니다.
오후 인근에 있는 공장에서 계속되는 회의와 현장 점검을 하다 보니 어느덧 퇴근 시간이 가까워집니다.
저녁 7시, 아내와 딸아이가 남 씨를 맞이합니다.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 시작됩니다.
저녁 8시, 학원 갔던 아들이 돌아옵니다.
드디어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입니다.
하지만, 남 씨의 아내는 집안일에 분주합니다.
아이들과 노는 시간도 잠시, 각자 자기 할 일에 빠집니다.
“잘 자”
어느덧 남효탁 씨의 바쁜 하루도 저물어갑니다.
▶ 인터뷰 : 김수진 / 남효탁 씨 아내
- "(남편과 소통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남편은 하려고 노력은 하는 게 보이는데…"
▶ 인터뷰 : 남효탁 / 표준 한국인
- "(오늘 가족과 대화 몇 분 정도 하신 걸로 생각되세요?) 제 생각에 한 30분 이상은 한 것 같습니다. (오늘 23분 하셨는데…) 네에?"
MBN 설문 조사 결과 한국인 절반은 하루 30분도 자녀와 대화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앵커멘트 】
개인이 모여 사회가 됩니다.
하지만, 사회의 크기는 얼마나 서로에게 열려있냐에 따라 달라지죠.
이혁준 기자. 정치적 이슈로 들어가면 사람들은 더 생각을 닫는 것 같아요.
【 기자 】
그렇습니다.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보다 자신의 주장을 세상에 더 크게 내지를 수 있는 무기만 찾는 것이 현실입니다. 최근 가장 두드러진 사건이 바로 한미FTA 문제인데요.
대화 대신 확성기만 있는 현장 직접 다녀왔습니다.
【 VCR 】
최루탄 가루가 국회 본회의장을 뒤덮은 지난달 22일.
한미FTA 비준 통과 두 시간 전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찬성 집회가 진행됐습니다.
"비준하라 비준하라 비준하라"
마흔 명 남짓한 노인들은 5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모여, 한미FTA 비준안 처리를 요구했습니다.
집회가 끝날 무렵 전투경찰이 시위대 옆을 급히 지나 국회로 향합니다.
한 시간 뒤 같은 공간은 FTA 저지 집회로 채워졌습니다.
"날치기로 통과됐습니다. 경제주권 팔아넘긴 한나라당을 규탄한다."
국민들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의사소통이 어려운 주제로 정치적 견해 차이를 꼽았습니다.
실제로 양쪽 집회 참가자에게 대화를 시도해 보면 어떠냐고 물었습니다.
▶ 인터뷰 : 홍현모 / FTA 찬성 집회 참가자
- "거기 가서 말을 잘못하면 아주 봉변을 당해요. FTA 해서 잘 살 수 있다고 모든 사람들이 얘기하는데 그 사람들만 반대하고 있는 거에요.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가 생각돼요."
▶ 인터뷰 : 오정숙 / FTA 반대 집회 참가자
- "자신이 이득을 보기 때문에 이 법안을 찬성한다고 보는 거죠. 따라서, 절충안을 찾는 게 아니라 다수의 국민에게 무엇이 이득인가 따져야 합니다."
정치 문제에 부딪히면 먹통, 불통이 되고 마는 문제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명박 퇴진! 비준 무효!"
"시민의 안정과 법질서 확립을 위해 공권력을 투입하여 강제해산 조치하겠습니다. 지금 즉시 해산하십시오."
2011년 대한민국의 보수와 진보는 서로 벽을 쌓고 자기 목소리를 더 크게 해 줄 확성기만 찾고 있습니다.
【 앵커멘트 】
서로의 벽에 둘러싸여 있는 세상에서 소리만 지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한성원 기자? 소통의 기본은 결국 개인이 스스로 얼마나 열린 생각을 갖고 있느냐가 아닐까 싶네요.
【 기자 】
네, 소통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공감'입니다.
스스로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려는 '공감'이 의사소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봤습니다.
【 VCR 】
24살 같은 또래.
남학생 둘, 여학생 둘, 4명의 대학생이 실험에 참가했습니다.
실험 내용은 전혀 모른 채 '20대 젊은이들이 느끼는 지금의 자신과 사회'라는 주제로 자연스러운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5분간 다른 상대와 모두 4번의 대화.
실험자 중 유독 두 사람이 눈에 들어옵니다.
몸은 자연스럽게 말하는 사람을 향해 기울어 있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수긍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또 다른 학생은 태도나 표정에 큰 변화가 없지만 처음 만나는 상대방과 진지한 이야기도 가능할 정도로 경청하는 태도를 유지했습니다.
▶ 인터뷰 : 실험참가자
- "이런 거 할 시간에 공부했으면 학점도 좋아졌을 거고 아쉽긴 아쉽죠. 그런데 후회는 없어요."
수치로 표현된 두 사람의 공감능력은 다른 두 사람보다 높았고 의사소통의 질 평가에서도 역시 다른 두 사람보다 높았습니다..
다른 사람의 관점을 자발적으로 취해보려 하고 자신의 상처만큼 다른 사람의 아픔을 이해하려는 '마음 씀씀이', 즉 '공감'이 소통을 원활하게 만든 것입니다.
▶ 인터뷰 : 곽금주 /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 "그 사람의 관점이라든지 그 사람이 하고자 하는 의향을 감지하고 있는 사람이 훨씬 더 소통 능력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나를 잠시 잊고 타인의 관점에 서보는 공감, 소통의 첫 걸음입니다.
【 앵커멘트 】
외부와 소통할 준비, 개인부터 시작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김성철 기자?
소통의 달인들을 만나고 왔다면서요?
【 기자 】
네, 다른 사람과 교감을 나누고 결국엔 생각까지 함께 나눌 수 있는 능력… 과연 무엇이 비결인지 함께 보시죠.
【 VCR 】
세상 사람들 고민에 즉답을 내놓으며 소통하는 법륜스님의 강연장.
개인의 소통 해법을 묻자 마음이 다르면 대화를 해도 안 듣게 되니 먼저 상대방을 인정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답합니다.
정치적·사회적 불통에는 조율자 역할을 강조합니다.
▶ 인터뷰 : 법륜스님 / 평화재단 이사장
-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통합의 리더십이 있다면 직접 부딪히는 일은 없죠.""
직장생활 23년, 회사 내 소통 달인으로 불리는 조병렬 전무.
조직원이 자유롭게 말할 문을 열어주는 리더의 역할을 강조합니다.
▶ 인터뷰 : 조병렬 / GE 커뮤니케이션 전무
- "조직 문화가 닫혀 있거나 정보가 폐쇄적이면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요. 해결은 직원 몫이 아니라 리더들의 몫입니다."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알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게 소통의 기본이라고 귀띔합니다.
자폐증과 정신지체 장애인과 함께 생활하는 나자로의 집.
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김희정 선생님은 이들과 끝없이 눈높이를 맞춰가며 소통의 길을 열어왔습니다.
"좋아하는 남자 친구 있어? (없어요.) 없어? (아니, 있어요.) 있잖아."
장애우와도 소통할 수 있는데 정치와 사회의 불통은 시작이 잘못됐다고 일침을 놓습니다.
▶ 인터뷰 : 김희정 / 나자로의 집
- "내가 밉다고 해서 그 정당을 미워하지 말고 가는 길을 막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혼자 가는 사회가 아니라 더불어 같이 가는 사회니까요."
간절히 소통을 바라지만 쉽게 서로의 벽을 허물지 못하는 우리.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여유보다 내 생각을 관철해야 한다는 조급함으로 열린세상·열린사회로 가는 길을 스스로 닫고 있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