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목소리는 분명히 보이스피싱인 것 같은데 발신 번호가 경찰서 번호라면 범죄인지 아닌지 헷갈릴 것 같습니다.
어떻게 발신번호를 조작했을까요?
황재헌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 기자 】
검찰 직원이라며 걸려오는 보이스피싱 전화.
▶ 인터뷰 : 실제 보이스피싱 목소리
- "서울시 검찰청 제3호 법정에서 할 것입니다. 이번엔 어기지 말고 꼭 출두해야 합니다."
발신 번호로 해당 기관의 전화번호가 뜨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쉽게 속았습니다.
중국 내 보이스피싱 일당이 거는 전화에 어떻게 국번 02로 시작하는 번호가 뜰 수 있을까.
비밀은 별정통신업체에 있었습니다.
이들 업체가 중국 내 보이스 피싱 일당에 인터넷 전화를 설치하면서 관리자 사이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주면 언제든지 발신번호를 바꿀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중국에서 전화해도 070 번호 대신 손쉽게 02 0112라는 번호로 조작이 가능했습니다.
별정통신업체 5곳이 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받은 돈은 7천만 원.
지난 8월 한 달간 이 조직은 피해자 145명으로부터 20억 원을 가로챘습니다.
▶ 인터뷰 : 보이스피싱 피해자
- "발신번호가 일반번호고요, 법무부 장관 직인이 찍힌 공문서를 받는 순간에 100퍼센트 넘어갔습니다."
▶ 인터뷰 : 최형욱 / 서울지방경찰청 전화사기팀장
- "해외에서 걸려오는 인터넷 전화는 발신 아이피 확인 등으로 유선전화와 같이 '국제전화입니다' 같은 안내문구를 표시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찰은 별정통신업체 대표 37살 이 모 씨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6명을 입건하는 한편, 중국 공안과의 공조수사를 통해 보이스 피싱 일당의 소재 파악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MBN뉴스 황재헌입니다 [ just@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