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와 원주캠퍼스, 고려대학교 안암캠퍼스와 세종캠퍼스 그리고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와 안산 에리카캠퍼스.
이렇게 국내대학 가운데는 서울에 본교가 있지만, 지방에서 분교를 운영하는 학교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본교와 분교 사이에 학생 교류가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교류가 늘수록 학생들 사이의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 리포트 】
지난달 말,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캠퍼스 학생들이 학교 본관을 점거했습니다.
학생들은 용인 분교 학생들이 서울에서 복수전공 과정을 밟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복수전공을 하면 분교 학생들도 서울캠퍼스 학생과 같은 졸업장을 받게 된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학생들은 서울캠퍼스 졸업장을 받는 사람이 늘어나면 취업 경쟁이 더 치열해진다고 걱정합니다.
▶ 인터뷰 :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학생
- "복수전공이 학벌 세탁 이런 용도로 변질되는 감이 있어서…"
▶ 인터뷰 :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학생
- "경쟁자가 많이 생겨요. 기업에 들어갈 때 경영학과 많으면…"
분교 학생들은 적잖은 마음고생을 각오하고 수업을 듣습니다.
▶ 인터뷰 : 한국외대 용인캠퍼스 학생
- "계절학기 같은 거 서울 캠퍼스에서 수업 들으면 지나가는데 용인 애들 많다고 용인 냄새 난다고…"
본교와 분교 학생 사이에 마찰이 있는 학교는 이 학교뿐만이 아닙니다.
분교 학생의 소속을 변경해주거나 본교와 분교의 통합을 추진하는 대학이 늘면서 여러 대학에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본교 학생들은 분교 학생과 같은 학교라는 사실이 싫고,
▶ 인터뷰 : 중앙대 서울캠퍼스 학생
- "억울하잖아요. 누구는 수능 상위권에 있어서 중앙대 왔고 누구는 중상위권이라서 안성으로 갔는데, 나중에 졸업하고 같은 취급을 받으면…."
분교 학생들은 본교 학생들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 인터뷰 : 고려대 세종캠퍼스 학생
- "본교 애들은 우리 학교 같은 학생으로 취급 안 하는 경우가 많죠. 터미널 같은 데서 고대점퍼 입고 있으면 저기도 고대라고 창피하게 입고 다니느냐…"
좁아진 취업문은 학생들을 더욱 학벌 경쟁 속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김지애 / '학벌 없는 사회' 활동가
- "한국 사회가 학벌사회기 때문에 취업 문이 더욱 좁아지는 현실 속에서 학생들은 가지고 있는 자본인 학벌에 더 의지할 수밖에 없고…"
혹독한 입시 경쟁, 살벌한 취업 경쟁은 대학생들을 경쟁의 포로로 만들었습니다.
【 기자 】
대학생들을 직접 만나본 결과 학생들 사이의 갈등의 골이 생각 이상으로 깊었습니다.
그런데 대학들도 우리 사회의 학벌 문화를 이용해서 교묘히 잇속을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성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고려대학교 입학홍보 책자입니다.
분교인 세종캠퍼스에 입학하더라도 서울 본교로 소속을 변경할 수 있다는 '소속변경제도'를 한 면을 할애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소속을 바꾼 분교 학생 모두 35명.
학교는 1시간 동안 진행하는 입학설명회에서 10분가량 이 제도에 대해 설명합니다.
소속변경제도가 학생들을 유치하는 수단이 된 겁니다.
▶ 인터뷰 : 고려대 세종캠퍼스 학생
- "'어떻게 본교로 갈 수 있느냐' 이런 거에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해요. 고등학생들이 그런 거에 더 흥미로워하니까…"
학생들은 분교에서 듣는 수업이 서울 캠퍼스로 옮기기 위한 준비과정이 된 것 같다고 하소연합니다.
▶ 인터뷰 : 고려대 세종캠퍼스 학생
- "복수전공이나 소속변경을 노리고 계속 공부를 하다 보니까 같은 과인데도 얼굴을 모르는 학생들이 많아요. 경쟁을 부추기는 것 같고요."
올해 한국외대 용인캠퍼스에선 졸업예정자 1천300여 명 가운데 300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복수전공을 신청했습니다.
▶ 인터뷰 : 한국외대 용인캠퍼스 학생
-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할 텐데… (복수전공 하면 입사 서류심사 통과라도 수월해지니까…)"
이 제도로 학교가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은 20억 원이 넘습니다.
그렇지만, 복수전공 과정을 밟는 학생이 워낙 많다 보니 분교 학생들은 원하는수업을 듣기도 쉽지 않습니다.
▶ 인터뷰 : 한국외대 용인캠퍼스 학생
- "400만 원 가까운 등록금을 두 학기나 더 내고 있는데요. 적합한 교육 환경을 제공하고 있지 않다고…"
▶ 스탠딩 : 이성훈 / 기자
- "분교 학생들에게 더 나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 이 제도들이 과연 학생들을 위한 것인지 이젠 되돌아봐야 합니다. MBN 뉴스 이성훈입니다."
[사회부 이권열·이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