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론적인 내용으로 현장에선 있으나 마나 한 '조직폭력 수사 매뉴얼' 현실을 앞서 전해 드렸습니다만,
절도사건 등 다른 매뉴얼과 비교해 보니,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일 정도로 그 부실 격차가 컸습니다.
갈태웅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기자 】
경찰이 지난 2006년 배포한 절도 수사 매뉴얼입니다.
검문 착안점 등 절도사건 해결을 위한 불심검문 요령이 자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경찰관직무집행법에도 엄연히 불심검문 조항이 있지만, 별도의 세부 매뉴얼을 다시 만든 겁니다.
'거동수상자 발견 시 불심검문' 단 한 줄로 표기된 조직폭력 수사 매뉴얼과는 확연한 차이가 납니다.
현장 사진 촬영 기법을 안내한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절도사건 매뉴얼에선 현장 전체, 중거리, 근접 등 다양한 촬영 수법이 나열돼 있습니다.
반면, 조직폭력 수사 매뉴얼에선 역시 '현장 운집자의 사진 촬영' 단 한 줄 뿐입니다.
매뉴얼 서술 또는 표현 기법에선 더 큰 차이가 납니다.
절도사건 매뉴얼에선 아예 현장에서 보고 따라할 수 있도록 단계별 사진과 각종 도표가 빼곡합니다.
이 같은 실정에도 2005년 처음 발간된 조직폭력 수사 매뉴얼은 2010년 재발간 때도 내용이 거의 바뀌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조직폭력 수사 매뉴얼엔 절도사건처럼 상세한 조치 사항을 모두 넣을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 인터뷰 : 강신걸 / 경찰청 폭력계장
- "형사들이나 지구대에 있는 직원이나 상황실이나, 그때 실정에 맞게끔 그렇게 융통성 있게 하면 되는 거고, 매뉴얼 자체가 잘못됐다거나 그런 건 없습니다."
현장에서 참고조차 되지 않는 조직폭력 수사 매뉴얼, 왜 굳이 만들어 배포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MBN뉴스 갈태웅입니다. [ tukal@mk.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