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일에 소방력을 낭비하지 말자며 단순 민원 신고를 거부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이제는 고양이를 잡아달라거나 문을 열어달라는 신고가 많이 줄었을까 했는데, 여전하다고 하는군요.
엄민재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지난달 18일, 서울 오류동의 한 주택에서 사나운 고양이를 잡아달라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신고인의 위급한 목소리에 대원들은 빠르게 출동했지만, 현장에서 확인한 건 작은 고양이 한 마리뿐.
소방대원들은 허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인터뷰 : 방상철 / 서울 구로소방서 119구조대
- "고양이가 상당히 사납고 위해를 가하는 상황이라고 해서 긴장하고 왔었는데, 와서 보니까 그런 상황이 아니고 평범하게 거닐고 있어서…."
집 문을 열어달라거나 벌 한 마리를 잡아달라는 요청에서부터 집 앞에 있는 비둘기를 쫓아달라는 신고까지.
지난달부터 이 같은 단순 생활민원에 대해 출동거부를 할 수 있도록 법률이 개정됐지만, 한 달이 지나도 신고 건수는 줄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로 개정안이 시행되고 지난 9일까지 접수된 생활민원성 신고가 서울에서만 천 건이 훌쩍 넘었습니다.
▶ 인터뷰 : 전동희 / 서울 구로소방서 119구조대 부대장
- "전화상으로는 현장의 위급 여부를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저희가 현장에 직접 출동해서…. 실질적으로 출동건수가 줄어들었다고는 말씀드릴 수 없겠습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단순 민원성 신고를 막을 강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 인터뷰 : 조원철 /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 "(민원성 신고자의 경우) 사적인 목적에 대한 서비스 요금을 반드시 물게 해야 하고, 공적 업무를 방해하게 된 책임을 지게 해야 합니다. 일종의 벌과금 형태로…."
또, 언론 홍보 등을 통해 자율적인 참여를 이끌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쓸데없는 일에 소방력을 낭비하지 말자며 법을 개정한 지 한 달.
시민들의 이해와 더불어,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책이 마련돼야 할 때입니다.
MBN뉴스 엄민재입니다. [ happymj@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