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피해를 본 전원마을, 주민들의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은 듯합니다.
내일(12일)이면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지만 주민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합니다.
엄민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지난 7월, 우면산 산사태로 6명이 목숨을 잃은 서울 방배동 전원마을.
당시 왼쪽 다리를 다친 72살 김 모 할머니는 이웃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대피했습니다.
사고가 난 지 한 달이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집안 곳곳엔 수해 흔적이 남았습니다.
바닥 곳곳의 곰팡이와 하루 두세 번씩 갈아야 하는 신문들.
추석 명절이라고 과일 하나 사기 어려운 가난이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 인터뷰 : 김 모 할머니
- "공과금 나가고 가스비 나가고…. (추석준비는?) 안 해요 그런 거, 추석 신경 안 써요. 밥만 먹으면 되지…."
비닐하우스에서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데리고 사는 57살 허경열 씨도 명절이 서럽긴 마찬가지입니다.
폭우로 밭에서 키우던 고추와 상추가 떠내려가면서 당상 생계부터 걱정해야 하는 허 씨.
추석을 생각할 겨를도 없습니다.
▶ 인터뷰 : 허경열 / 방배동 전원마을
- "추석은 생각도 안 해요 지금. 추석이라고 해봐야 안 하는 것만도 못하지. (아드님이랑?) 그럴 정신이 없어요. 겨울은 오고 정리하기도 바쁜데…."
수해를 입은 세입자들이 하나둘씩 떠나면서 적막해진 전원마을.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주민들은 착잡한 마음으로 추석을 맞고 있습니다.
MBN뉴스 엄민재입니다. [ happymj@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