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지령을 받아 20년간 지하에서 활동해온 간첩단, '왕재산'이 공안당국에 적발됐습니다.
이들은 조직원을 국회의장 비서관으로 근무시켜 정치권 상층부에도 침투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주영 기자입니다.
【 기자 】
겉보기엔 평범한 인터넷 기사지만, 몇 가지 조작을 거치자 비밀 메시지가 드러납니다.
지하 간첩단 '왕재산'의 총책 김 모 씨가 북한 노동당 225국에 보낸 대북보고문입니다.
1993년 김일성 주석을 직접 면담해 지령을 받은 김 씨는 2001년 북한의 혁명 성지로 꼽히는 산 이름을 따 '왕재산'을 구축했습니다.
김 씨는 재정적인 뒷받침을 위해 지원넷이란 위장업체를 만들고 인천과 서울지역책, 연락책 등의 지도부를 구성한 뒤 북측에 군사자료와 정치권 동향을 보고했습니다.
또 주기적으로 충성맹세문을 제출하는가 하면, 국가보안법 폐지 집회 등도 주도했습니다.
간첩활동 공로를 인정받아 훈장까지 받은 이들은 조직원을 국회의장의 비서관으로 근무시켜 정치권 동향을 탐지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공안당국은 김 씨 등 '왕재산'의 지도부 5명을 구속 기소했습니다.
▶ 인터뷰 : 이진한 /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
- "남북관계의 변화와 진전에도, 여전히 대남 적화공작을 끈질기게 추진해왔다는 사실을 명확히 확인해 준 사건입니다."
변호인 측은 무리한 기소라며 반발했습니다.
▶ 인터뷰 : 이광철 / 변호사
- "충분한 증거와 자료 없이 이뤄진 성급하고 무리한 기소다. 바로 그만큼의 정치적인 의도를 가진 공안 몰이의 기획수사다."
검찰은 이번 수사를 진보 진영으로 확대할 방침이어서, 왕재산 사건은 '종북좌익 척결'을 내건 '한상대호'의 행보를 예측할 가늠자가 될 전망입니다.
MBN뉴스 정주영입니다. [ jaljalaram@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