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도 없고 잘못한 것도 없는데, 월세를 내줬다는 이유만으로 억 대의 돈을 갚으라는 법원 판결문을 받았다면 얼마나 황당할까요?
이런 황당한 사건이 실제로 벌어졌습니다.
어떤 사연인지, 먼저 강현석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기자 】
지난해 6월 67살 유 모 할머니는 법원에서 한 통의 소장을 받습니다.
천만 원 보증금을 받고 월세를 줬던 세입자 A씨가 다른 사람의 연대보증을 섰다가 빚을 졌다는 겁니다.
채권자는 A씨의 월세 보증금을 알게 됐고, 보증금 가운데 500만 원을 달라고 유 할머니에게 요구했습니다.
어차피 언젠가는 돌려줄 보증금, 줘버리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대응도 하지 않았습니다.
▶ 인터뷰 : 유 할머니 / 무직
- "처음에는 500만 원을 받고도 몰랐다는 거죠. 그게 그건지 저건지. 남의 돈을 저거하지도(빌리지도) 않았고 날아온다는 것도 몰랐어요. (아들에게) 야야 뭐 이런 쪼가리(판결문)가 날아오니까 와봐라…."
그런데 지난 3월, 집이 경매에 넘어간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500만 원짜리 소송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재판 도중에 26배가 늘어나 1억2천6백만 원짜리 소송이 됐던 겁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시 화재로 집이 몽땅 타버려 추심금이 늘어났다는 통보조차 받지 못했습니다.
▶ 인터뷰 : 서임원 / 같은 아파트 주민
- "갑자기 사이렌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베란다 내다보니 옆이잖아요. 불이 막 차오르더라고요…."
몇 달 만에 집에 돌아왔지만, 이번엔 큰딸이 암 수술을 받으면서 병간호로 오랫동안 집을 비워야 했습니다.
집을 비운 사이 소송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유 할머니는 심지어 판결문조차 받지 못해 항소 시기도 놓쳤습니다.
▶ 스탠딩 : 강현석 / 기자
- "문맹인 유 할머니는 뒤늦게 추완항소를 제기해 서울고법에서 재판을 치르고 있지만, 이미 시기를 놓쳐 항소가 성립할지조차 불투명한 상탭니다. mbn뉴스 강현석입니다. " [wicked@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