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에 대피 통로가 없어서 대형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다는 내용, 어제(25일) 전해 드렸는데요,
그렇다면, 터널 안에서 불이 났을 때 연기를 제거하는 환기 시스템은 어떨까요?
터널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두 번째 순서, 오늘은 환기시설이 부족하거나 부실한 터널의 실태를 박통일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지난 2003년 40여 명의 부상자를 낸 서울 홍지문 터널 사고.
당시 터널 안 연기를 밖으로 빼내는 환기 설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습니다.
이처럼 터널 화재사고의 피해를 줄이려면 연기를 얼마나 신속하게 제거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서울 터널의 환기 설비 상황은 어떨까.
총 길이 1,280미터로 서울 시내 6번째 규모에 하루 통행차량만 5만 대에 달하는 서울 남산 3호 터널의 시설물 관리 현황을 살펴봤습니다.
연기를 제거하는 환기 설비가 상행과 하행 터널에 각각 2대씩 설치돼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갖는 환기 능력으로는 버스 한 대가 탔을 때 내뿜는 연기를 배출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 인터뷰 : 채재묵 / 이음 엔지니어링 대표이사
- "국내 도로터널 방재 기준이 생기기 전에 건설된 터널이다 보니까 화재강도기준 20MW보다 제연 용량이 부족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화재가 났을 때 이용객들이 신속하게 대피하는데 장애가 되고…"
다른 터널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 방향으로 연기를 빨아들이는 종류식 환기 시스템을 갖춘 터널은 서울 시내에 모두 3개가 있습니다.
방재 시설 지침에 따르면 이들 터널은 화재 시 환기 시설이 손상될 가능성에 대비해 예비용 환기 장치를 따로 갖추기로 돼 있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이들 터널을 확인해본 결과 모두 예비용 환기설비를 갖추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인터뷰 : 우면산 터널 관계자
- "최초에 제안할 때 예비용(환기 설비)에 대해서는 제안 자체를 안 했을 거에요. 공사비가 줄어들어야 우선 사업 대상자로 지정될 거 아니에요."
▶ 스탠딩 : 박통일 / 기자
- "작은 화재로 발생하는 연기에도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터널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부실한 환기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MBN뉴스 박통일입니다." [ tong1@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