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기온이 30도를 넘는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한데요,
이 때문에 서울시가 노인들을 위한 공간으로 '무더위 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런 곳이 필요한 쪽방촌 주민들은 무더위 쉼터가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성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오후 2시, 서울 문래동 쪽방촌 골목.
이글이글 타는 태양이 마을 전체를 집어삼킬 듯한 기세입니다.
▶ 스탠딩 : 이성훈 / 기자
- "제가 직접 이곳 방 안 온도를 측정해 보겠습니다. 바깥 온도보다도 무려 10도가량 높은 41도. 선풍기를 틀어놓고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를 정도입니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3천여 개, 영등포구에만 180개가 넘는 무더위 쉼터를 지정해 운영하고 있지만, 정작 쪽방촌 노인들은 쉼터가 있는지조차 모릅니다.
▶ 인터뷰 : 박창성 / 쪽방촌 주민
- "(무더위 쉼터라고 들어 보셨나요?) 아니요. 못 들어 봤어요."
보통 경로당 같은 기존 시설을 쉼터로 지정하는데, 빈민가인 쪽방촌 근처에는 쉼터로 활용할 만한 공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구청 관계자
- "지역 자체가 없는 사람 층이 많다 보니 저희도 거기까지 방법을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
결국, 이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은 다리 아래 그늘이 전부입니다.
전문의는 폐쇄적인 쪽방이 노인에겐 더 위험하다고 말합니다.
▶ 인터뷰 : 이준용 / 고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 "냉방시설이 잘 안 갖춰져 있고 환기가 잘 안 되는 환경에 사시는 노인분들은 땀 분비를 저해하는 약품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 열 관련 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올여름 들어 벌써 3명의 노인이 불볕더위에 목숨을 잃은 상태.
폭염 취약지역 노인들을 위한 맞춤형 지원이 절실합니다.
MBN 뉴스 이성훈입니다. [sunghoon@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