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져 주겠다는 각서를 쓰고 사실혼 관계에 있던 남성으로부터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을 통해 출산을 했다면 남자와 아이는 친자관계가 형성될까요?
법원은 남자 쪽에도 양육의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강현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지난 2001년 당시 21살 대학생 A씨는 인터넷 채팅을 통해 직장인 30살 B씨를 만났습니다.
동거생활에 들어간 두 사람은 결혼까지 생각했지만, 지난 2008년 말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A씨는 집안 반대를 이유로 헤어질 것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B씨는 임신을 하면 결혼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인공수정을 결심합니다.
A씨에게 헤어지겠다는 각서를 써주고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으로 임신한 B씨는 쌍둥이를 출산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미 A씨는 2008년 초부터 다른 젊은 여자와 사귀고 있었던 상태.
격분한 B씨는 아이를 A씨의 자식으로 인정해달라고 소송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는 A씨를 아버지로 인정하고 위자료와 양육비 5,100만 원과 함께 매달 100만 원씩을 B씨에게 주라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A씨가 수차례 결혼의사를 나타내는 등 사실혼 관계가 인정된다며 인공수정이라도 친생자 관계가 성립한다고 밝혔습니다.
▶ 인터뷰 : 박성만 / 서울가정법원 공보관
- "이 판결은 배우자 간 또는 비 배우자 간 인공수정에 있어서 아버지를 정하는 기준을 제시한 최초의 판결입니다."
▶ 스탠딩 : 강현석 / 기자
- " 재판부는 특히 헤어지자는 각서가 있더라도 아이의 복리에 분명히 반하는 내용인 만큼, 각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MBN뉴스 강현석입니다" [wicked@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