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총장이 시끄럽다고 했다는 이유만으로 교내 정규방송이 일방적으로 중단됐다면, 과연 납득할 수 있을까요.
학생들이 힘들게 준비한 방송이 단 3분 만에 중단됐는데도, 학교 측은 절차상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갈태웅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기자 】
((현장음))
"학우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의 점심방송 시작됐습니다. 목요일 점심방송에선…."
지난 2일 정오 숭실대 베어드 홀 뒤편.
총장님과 함께 하는 점심 데이트 행사가 열렸습니다.
이때, 교내방송이 갑자기 중단됐습니다.
아나운서 목소리에 묻혀 총장의 대화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방송 중단'이 지시됐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학생들이 40분 분량으로 준비했던 교내 사연 소식 대본은 그대로 휴짓조각이 되고 말았습니다.
▶ 스탠딩 : 갈태웅 / 기자
- "당시 이곳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던 교내 점심방송은 시작 3분 만에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초유의 사태에 학생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입니다.
▶ 인터뷰 : 숭실대 언론5국 학생
- "언론이라는 건 분명히 자치기구이고, 독립된 기관인데 누군가의 권한에 의해서 그렇게 방송이 임의로 중단된다면 올바른 보도를 할 수 없잖아요."
결국, 대학방송국은 일주일 후 학생들을 상대로 사과방송을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주간 교수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에 하자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 인터뷰 : 숭실대 신문·방송주간실 관계자
- "문제 될 게 하나도 없어요. 왜냐면 여기가 언론 5국을 지도하는 최고 책임자가 주간 교수님이고, 주간 교수님 판단 하에 그렇게 했는데…."
전문가들은 교내 언론 자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 인터뷰 : 최영묵 /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 "정규 방송 같은 경우는 천재지변이 없는 한 나가는 거거든요. 총장이나 특별한 사정에 의해서 그것을 해라 마라 한다면 그것은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고, 언론 기능을 기본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윗사람의 즉흥적 지시에 의해 방송이 뚝 끊겨도 문제가 안 된다는 대학 사회, 언론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MBN뉴스 갈태웅입니다. [ tukal@mk.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