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서울 구로동에 자리잡은 자동차용 블랙박스 판매업체 M사에 50대 여성이 찾아왔다.
이 여성은 머뭇거리다가 직원에게 블랙박스에서 꺼내온 SD카드를 내밀며 녹화된 내용을 볼 수 있냐고 물었다. 직원은 SD카드 사용법을 설명했지만 해당 여성이 잘 이해하지 못하자 자신의 PC로 영상과 음성을 재생했다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운전자가 모 여성과 모텔에 들어가는 장면, 차 안에서 밀회를 나누는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차량용 주행영상기록기(블랙박스)가 도로 위의 감시자뿐 아니라 일상생활의 감시자로도 사용되고 있다.
블랙박스는 주행 상황을 자동 녹화하고 속도, 주행거리, 브레이크 작동 상태 등의 데이터를 기록하는 주행영상기록 장치다.
블랙박스가 관심을 받게 된 것은 뺑소니사고 등 교통사고나 범죄사건을 해결하는 ‘도로 위 준법 감시자’ 기능이 언론매체에 자주 등장하면서부터다. 성능이 향상되고 가격이 떨어진 것도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
최근 나온 블랙박스는 야간에도 차량번호를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해상도가 뛰어나다. 전후좌우 및 내부를 자동 녹화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제품도 있다. 2년 전만 해도 30만원을 줘야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10만~20만원으로 살 수 있는 제품도 다양하게 있다.
업계는 현재까지 개인용 및 사업용을 합쳐 30만대 정도가 팔렸을 뿐이지만 지난해 중반이후 수요가 크게 늘어나 내비게이션처럼 대중화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블랙박스 장착이 늘어나고 소비자들의 관심도 커지자 원래 용도에서 벗어난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배우자나 애인을 감시하는 용도로 블랙박스를 장착한다. 블랙박스를 몰래 카메라 및 녹음기처럼 활용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일부 법인체들은 교통사고 피해 감소 및 예방 등의 목적뿐 아니라 직원들이 차를 사사롭게 사용했는지, 차 안에서 어떤 대화를 했는지도 파악하기 위해 달기도 한다.
블랙박스는 이처럼 일부 부작용이 있긴 하지만 ‘도로 위 준법 감시자’라는 순기능이 많은 용품이다. 교통사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별해낼 수 있고, 억울하게 피해를 당하는 일도 줄일 수 있다.
초보나 여성 운전자들의 경우 ‘목소리 큰’ 가해자 때문에 주눅 들어 오히려 가해자가 되는 일도 피할 수 있다.
뺑소니 범인도 잡을 수 있다. 또 주차 때는 차를 손상시키고 도망간 가해자를 알 수 있다.
손해보험사들이 블랙박스를 장착하면 자동차보험
현재 삼성화재, 메리츠화재, 동부화재, 흥국화재, LIG손해보험, 한환손해보험 AXA손해보험, 하이카다이렉트, 에르고다음다이렉트, 더케이손해보험 등이 이 특약을 판매중이다.
자동차보험료를 70만원을 내는 운전자는 2만원 정도 할인받을 수 있다.
[매경닷컴 최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