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다 풀려난 김대근 선장의 일기가 화제입니다.
해적들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탈출을 노렸던 계획부터, 아내에 대한 애틋한 사랑까지, 김 선장의 눈물겨운 인질 기록을 김명준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 기자 】
"배에 있는 마취용 수면제를 해적들에게 먹이도록 주방장에게 부탁했지만, 우리 모두 죽을 수도 있다고 사정해 결국 포기했다"
해적에게 수면제를 먹이려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자, 차라리 자신이 수면제를 먹고 잠들어버릴까 생각했던 김대근 선장의 고민이 역력히 묻어납니다.
123일간의 인질 생활을 생생히 적어놓은 김 선장의 일기.
김 선장은, 자신의 방에 있는 아령으로 잠자는 해적 한 명을 해치우고 총을 빼앗아 차례로 처치하는 시나리오도 세웠지만, 기회가 오지 않는다고 기록했습니다.
일기에는 해적들이 소말리아어와 영어에 능통한 통역요원을 통해 각국 뉴스로 정보를 축적해왔다고 쓰여 있었습니다.
해적들의 생활은 재벌이 부럽지 않을 정도라는 내용도 있습니다.
상선 1척을 잡으면 기본이 600만 달러로, 해적들은 그 돈으로 케냐와 동남아, 유럽에 부동산과 주식을 사서 잘살고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심지어 해적질 한번이면 너희가 평생 버는 돈을 한 번에 벌 수 있다며 해적에 원서를 내고 지원하라는 그들의 말에 기가 찼다는 김 선장의 기록이 생생합니다.
특히 생사의 기로에서 아내에게 느낀 애틋한 마음을 기록해둔 대목은 보는 이들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10월의 마지막 밤, 가수 이용의 '잊혀진 계절'과 함께 그 옛날 가난했던 신혼 때를 회상하면서,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말로 일기는 끝을 맺고 있습니다.
MBN뉴스 김명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