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최초로 제기된 일명 '담배 소송'에서, 담배 제조사인 KT&G에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흡연과 폐암 사이의 인과관계를 처음으로 인정했는데요.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정주영 기자!
(서울고등법원에 나와 있습니다.)
【 질문 1 】
12년을 끌어온 담배 소송의 항소심 결과가 나왔는데요. 폐암 환자들이 1심에 이어 또다시 패소했군요?
【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서울고법 민사9부는 폐암 환자와 가족 30여 명이 흡연에 따른 피해를 보상하라며 KT&G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심과 같이 기각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일단 흡연과 폐암 사이의 역학적, 개별적 인과 관계는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흡연과 폐암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1심 판결에서 한 걸음 나아간 건데요.
하지만, 재판부는 KT&G의 불법행위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이번 소송에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긴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KT&G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치료기관 설립을 지원하고 금연 운동에 나서라고 권고했습니다.
이에 따라 담배를 피워온 폐암 환자들이 KT&G의 불법행위를 입증하는 별도 소송에 나선다면 실제로 손해를 배상받을 길이 열리게 됐습니다.
【 질문 2 】
그렇군요. 그러면 12년 동안 진행된 담배 소송, 그동안의 경과를 정리해 주시죠.
【 기자 】
이번 소송은 1999년 환자와 가족들이 '흡연 때문에 폐암에 걸렸다'고 주장하며 KT&G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내면서 시작됐습니다.
쟁점은 2가지였습니다.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느냐, 그리고 KT&G가 담배의 유해성을 충분히 경고했느냐인데요.
1심은 2007년, 7년 반의 심리 끝에 폐암이 흡연에 따른 결과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어진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KT&G의 제조창을 방문해 현장검증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원고 측은 지난해, 6천억여 원을 출연해 공익재단을 설립하라는 조정안을 제시했지만, KT&G가 거부해 조정이 무산된 바 있습니다.
한편, 12년 가까이 소송이 진행되면서, 처음 7명이었던 흡연피해자 가운데 6명은 사망했고 1명만이 살아남았습니다.
미국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담배회사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기 시작했는데요.
'윌리엄스 대 필립모리스 사건'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필립모리스가 이자를 포함해 1억 5천여만 달러, 우리 돈 1천7백억여 원의 배상금을 내야 한다는 판결을 확정한 바 있습니다.
지금까지 서울고등법원에서 MBN뉴스 정주영입니다. [ jaljalaram@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