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대우조선 이행보증금 못 돌려받는다

【 앵커멘트 】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한 한화가 산업은행으로부터 이행보증금 3,150억 원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인수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만큼, 이행보증금 몰취는 정당하다는 판단입니다.
정주영 기자입니다.


【 기자 】
2008년 대우조선해양 우선 협상자로 선정된 한화는 산업은행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인수 이행보증금 3,150억 원을 냈습니다.

하지만, 6조 3천억 원에 달하는 인수대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한화는 이듬해 인수를 포기했습니다.

이때부터 이행보증금을 둘러싼 산업은행과의 갈등이 시작됐습니다.

한화는 대우조선을 제대로 실사하지 못해 인수를 포기한 만큼 이행보증금을 돌려달라고 주장했고, 산업은행은 한화의 자금 동원력 부족 때문이라며 불가 방침을 고수해 왔습니다.

이들의 분쟁은 법원으로 넘어갔고, 법원은 1년 넘는 심리 끝에 산업은행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는 "한화는 우선 협상자로 선정되고도 자금 조달이 어렵다며 인수를 포기했다"며 "인수대금의 5%에 불과한 이행보증금은 부당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대우조선 실사가 완료되지 않아도 최종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내용이 MOU에 들어있다"며 "미국발 금융위기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겠지만, 금융시스템이 마비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한화 측은 '집을 사려 했는데 집 구경도 못하고 계약금을 떼인 상황'이라며 항소할 방침이어서, 앞으로 치열한 2라운드 공방이 예고됩니다.

MBN뉴스 정주영입니다. [ jaljalaram@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