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의 재앙을 막아주겠다며 3년 동안 제사비로 무려 177억 원을 챙긴 무속인이 경찰에게 붙잡혔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중 172억 원은 한 종합병원 경리과장이 공금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최인제 기자입니다.
【 기자 】
서울의 한 종합병원 경리과장인 최 모 씨는 잇따라 가족이 아프자 강남 신사동에 있는 점집을 찾았습니다.
무속인 김 모 씨는 최 씨가 남편의 전 부인이 영혼을 달래줘야 한다며 천도제를 지내야 한다고 꼬드겼습니다.
김 씨는 천도제를 지내지 않으면 남편과 자식들에게 화가 미치고 부모가 객사할 것이라 했고, 최 씨는 자신의 재산 5억 원을 제사비로 건넸습니다.
이후에도 김 씨는 제사를 중간에 멈추면 재앙이 몰려온다며 최 씨에게 겁을 주자 최 씨는 병원 공금에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최 씨가 지난 2008년 6월부터 3년간 빼돌린 금액은 무려 172억 원.
당시 최 씨의 부탁으로 공금횡령을 도왔던 경리과 박 모 계장은 결국 병원에 이 사실을 알렸고, 경찰 수사 결과 이런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 인터뷰 : 김수환 / 서울 중부경찰서 팀장
- "(병원의) 일일운용자금을 부풀려서 빼돌렸고, 건강보험공단이라든가 산재보험에서 청구하는 것을 회사 자금부에 입금되기 전에 먼저 빼돌렸습니다."
김 씨는 기도비로 또 다른 점집을 운영하고, 수억 원 어치 로또를 샀을 뿐 아니라 3년간 특급호텔에 머물렀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김 씨와 최 씨를 구속하고, 김 씨에게 속아 넘어간 피해자는 더 없는지 수사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MBN뉴스 최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