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파병 상황에서 긴장 고조 등 돌발 상황 막겠다는 의도 분석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북한은 계속해서 침묵하고 있습니다.
↑ 임진강변 대남 스피커. / 사진=연합뉴스 |
오늘(10일) 오전 9시까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 등 북한 대내 매체와 조선중앙통신 등 대외 매체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에 이은 해제, 탄핵소추안 발의와 대규모 윤 대통령 퇴진 집회 등을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남 비난 기사 자체가 자취를 감춘 겁니다.
노동신문은 최근 남한 각계에서 나온 윤 대통령 비난 성명과 집회 관련 기사를 하루도 빠짐없이 보도했으나, 비상계엄 선포 시점에 이미 편집이 끝났을 4일 자를 끝으로 남측 동향이 아예 지면에 실리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때와 비교하면 대조적입니다.
북한은 2016년 10월 24일 JTBC의 이른바 '태블릿PC' 보도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화하자 사흘 뒤부터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을 활용해 최 씨의 국정 자료 유출 보도와 남한 여론 동향, 촛불집회 등을 상세히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평양 무인기 침투와 오물풍선 살포지점 원점 타격 지시를 내렸다는 야당 주장에 대해서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0월 평양 상공에 무인기가 침투했다며 "주범이 대한민국 군부 쓰레기"라고 주장했는데, 자신들의 입장에 힘을 실어줄 보도들이 나오는 상황에서도 이를 언급하지 않고 있는 겁니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불필요하게 남한을 자극하지 않고 돌발 상황을 최대한 막겠다는 상황관리 의도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러시아에 대규모 병력을 파병한 상황에서 굳이 남측과 군사적 긴장 고조로 이어질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북한은 이번 사태 전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한민국을 공격할 의사가 전혀 없다"(10월 7일 김정은 국방종합대학 연설)라고 말하는 등 남북 '두 국가론' 선언 후 의도적으로 남한과 거리를 두려는 분위기를 내비친 바 있습니다.
아울러 비상계엄 선포와 그 이후 상황을 주민들에게 전하는 것이 내부 통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습니다.
최고지도자가 선포한 비상계엄이 국회와 대다수 국민의 반대로 해제되는 상황을 보도했다가 민심이 어디로 튈지 예단할 수 없기 때문입니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비상계엄과 탄핵 추진 관련 북한의 미보도는 체제 내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려는 의도"라며 "향후 평양 무인기 사건이 우리 군의 침투라는 증거가 확산하면 김여정 담화 등을 통해 계엄, 탄핵 여론과 함께 대남비난을 재개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조수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uyeonjomai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