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과 'MOU' 체결·싱가포르와 '물류동맹' 결성
윤석열 대통령이 현지시간 11일 필리핀·싱가포르·라오스 3개국 순방을 마무리했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 아세안+3 정상회의 기념촬영. / 사진=연합뉴스 |
라오스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2개 국가를 차례로 국빈 방문한 5박 6일의 일정이었습니다.
특히 이번 순방을 계기로 아세안과는 최고위 단계인 '포괄적전략적동반자관계(CSP·Comprehensive Strategic Partnership)'로 격상했습니다.
지난 1989년 한-아세안 대화 관계를 수립한 지 35년 만에 동남아 외교가 결실을 본 것입니다.
지금까지 아세안이 CSP를 수립한 국가는 미국·중국·일본·인도·호주 등 5개국에 그쳤는데, 아세안이 우리나라를 이들 5개국과 대등한 수준으로 바라보게 된 셈입니다.
그간 '아세안+3' 회원국인 한·중·일 가운데 우리나라가 마지막으로 CSP 수립에 합류했습니다. 물론 CSP가 대화 상대국 간 서열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화 관계의 성숙도를 나타내는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아세안 회원국인 필리핀과도 '전략적동반자관계'를 수립했으며, 싱가포르와는 내년 '전략적동반자관계'를 수립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아세안 정상회의에 3년 연속 참석하며 공을 들였습니다.
이번 관계 격상으로 지난 2022년 공개한 우리나라의 최초의 독자 지역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과 아세안 특화 협력 전략인 '한-아세안 연대구상(KASI)' 실현을 위한 한 퍼즐이 맞춰진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일관되게 이같이 해양 세력의 협력을 공고히 함으로써 북·중·러를 견제하는 외교 전략을 구사해 왔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 이시바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 / 사진=연합뉴스 |
아세안에서 최근 권력 교체가 이뤄진 일본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재확인한 것도 한일, 한미일 협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됩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 라오스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열어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 때부터 이어진 한일 협력 흐름을 이어가자는 데 공감했습니다.
이날 한일 정상의 만남은 이시바 총리가 취임한 지 9일 만에 성사됐으며, 이시바 총리에게는 윤 대통령과의 회담이 취임 후 외국 정상과 한 첫 양자 회담이기도 했습니다.
두 정상은 내년 수교 60주년을 앞두고 셔틀 외교를 활발히 진행하면서 양국 간 협력 관계를 이어가며, 출입국 절차 간소화 등 양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가자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안보 분야에서는 북한의 위협에 한일·한미일이 공동 대응한다는 기조를 재확인하고, 특히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체계'를 면밀히 가동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또 양 정상은 불법적인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은 세계 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이며, 한반도 긴장 고조에 대한 책임을 한일과 한미일에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우리 정부의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한 이시바 총리의 강력한 지지를 끌어냈습니다.
다만, 별도의 양자 회담이 아닌 다자회의 간 이뤄진 정상회담이라는 점을 고려해 과거사 문제 등 구체적인 현안은 이번 회담에서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윤 대통령은 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 참석해 "러시아와 북한의 불법적 군사협력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더욱 장기화시키고 있어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남중국해에서 유엔해양법협약을 포함한 국제법 원칙에 따라 항행과 비행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AS는 '아세안+3'에 미국·러시아·인도·호주·뉴질랜드 5개국을 포함해 총 18개국이 참여하는 정상회의입니다.
즉, 윤 대통령은 중국·러시아 대표단이 참석한 회의에서 양국이 각각 가장 민감해하는 러북 협력·우크라이나 전쟁과 남중국해 문제를 거론한 것입니다.
↑ 윤석열 대통령, 한·필리핀 비즈니스 포럼 참석. / 사진=연합뉴스 |
이번 순방의 또 다른 성과는 우리 기업의 동남아시아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라고 대통령실은 설명했습니다.
필리핀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국수력원자력과 필리핀 에너지부는 '바탄 원전 건설 재개 타당성 조사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바탄 원전은 1976년에 착공했으나 원전에 대한 국민 여론이 악화하면서 완공 직전인 1984년 공사가 중단됐습니다. 이후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서 완공과 운영 계획이 무산됐습니다.
그러나 지난 2022년 취임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은 고질적인 전력난과 높은 전기 요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탄 원전 가동을 재추진해왔으며, 2022년 11월 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협력을 요청한 바 있습니다.
바탄 원전은 우리나라의 고리2호기와 같은 원자로를 사용하는 만큼 이 원자로를 40년 이상 운영한 한수원이 바탄 원전 건설 재개 사업의 최적 파트너로 거론돼 왔습니다.
필리핀 정부는 2050년까지 약 3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입니다. 이번 타당성 조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향후 필리핀 원전 사업은 물론 동남아 지역 원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보입니다.
↑ 한·싱가포르 정상 대화. / 사진=연합뉴스 |
싱가포르 국빈 방문에서는 양국 간 '물류동맹'이 결성됐습니다.
양국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8일 바이오·에너지 등 첨단산업 분야의 전략물자 공급망 협력 강화를 위한 '공급망파트너십 약정(Supply Chain Partnership Arrangement)'을 체결했습니다.
양국은 공급망 교란 징후를 포착하면 상호 간 신속히 통보하며, 공급망 교란 발생 시 5일 내 긴급회의를 개최해 공동으로 대응하는 '공급망 위기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국가 간 공급망 파트너십 약정을 체결된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인데, 세계적 물류 허브인 싱가포르와 우리나라의 공급망 협력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공급망이 물류고, 싱가포르는 세계 물류의 핵심이고, 우리도 동북아 대표적 물류 중심지"라며 "지금은 공급망이 두 나라의 관계를 규정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습니다.
[조수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uyeonjomai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