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금투세 폐지' 압박·野 양곡법 재추진…'쳇바퀴 정쟁' 되풀이 가능성
↑ 서울 마포구 서강대교에 설치된 교통표지판 너머로 국회의사당이 보인다. / 사진=연합뉴스 |
22대 국회 출범 이후 여야가 '쳇바퀴 정쟁'을 무한 반복하며 민생법안을 단 한 건도 처리하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날로 커지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오늘(6일) 뒤늦게 민생법안 협의를 시작하자는 입장을 동시에 밝혔습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쟁 법안은 당분간 미뤄두고, 여야 간 이견이 없거나 크지 않은 민생 법안을 8월 임시회에서 처리하자"고 공개 제안했습니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도 원내대책회의에서 "시급한 민생입법의 물꼬를 트기 위한 정책위의장 간 논의 테이블을 구성하고 여야 협의를 시작하자"고 했습니다.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대표적인 법안으로는 '간호법', 전세사기특별법, 고준위 방사성폐기물관리 특별법, 민법 개정안(구하라법),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K칩스법) 등이 꼽힙니다.
간호법은 21대 국회에서 야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했다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지만, 22대 국회에서 여야가 각각 법안을 발의해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된 상태입니다. 정부가 간호사 업무를 명확히 하는 법안 제정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여야 간 견해차가 크지 않은 만큼 22대 국회 여야 합의 1호 법안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전세사기특별법도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토교통위원회를 중심으로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그간 '선(先) 구제, 후(後) 구상권 청구' 대책을 고수했던 야당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경매로 낙찰받아 피해자에게 공공임대로 장기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의 여당 안에 공감을 나타냈습니다.
원자력발전소 가동으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의 영구 처분시설을 마련하기 위한 고준위법은 22대 국회에서 여당 의원들만 발의한 상태지만, 21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여야가 처리를 합의한 바 있습니다.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에 대해 상속권을 배제하는 이른바 구하라법도 여야가 충분히 합의 처리할 수 있는 법안으로 꼽힙니다. 21대 국회에서 정쟁에 밀려 폐기됐지만, 국민의힘은 재추진 의사를 밝혔고 민주당도 구하라법을 당론 발의했습니다.
반도체 등 국가전략 기술에 대해 세액공제해주는 K칩스법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한도를 늘리는 세법 개정안 역시 여야 모두 처리에 공감대를 형성한 법안들입니다.
하지만, 여야가 이들 법안을 8월 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을지를 놓고 회의론도 여전합니다. 대통령·검사 탄핵 등을 놓고 날 선 대치를 이어가고 있고 또다시 이들 법안이 정쟁에 휘말릴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입니다.
여야가 제각기 민생법안이라고 명명한 입법 과제를 두고서도 시각차가 존재합니다.
국민의힘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상속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낮추는 세제 개편과 안전진단 통과 전 재건축 절차를 추진할 수 있게 하는 도시정비법 개정, 연금 개혁을 시급한 민생 입법으로 보고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어제 양곡관리법(양곡법) 개정안, 탄소중립에 따른 한우산업전환지원법(한우지원법) 제정안, 농수산물유통가격안정법(농안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고, 기후 재난에 따른 농가와 어가의 피해를 구제하는 농어업재해대책법을 민생 법안으로 규정했습니다.
양곡법과 한우지원법은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고, 국민의힘은 "포퓰리즘적 선심성 정책"이라고 반대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8월 국회에서 해당 법안 강행 처리를 시도한다면 다시 한번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되며 여야 관계가 급랭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과반 의석의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민생법안을 조속히 처리할 수 있다"며 "이재명 전 대표 방탄을 위해 민생을 볼모로 잡는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고
민주당 관계자는 "야당인 민주당이 전국민 25만원 지원법과 노란봉투법 등 민생법안 처리에 앞장서고 거꾸로 여당은 반대만 하며 민생을 외면하는 상황"이라며 "여당은 검찰을 활용한 민생 죽이기에만 몰두하는 것을 중단하고 국회로 돌아와 민생 입법에 협조하라"고 말했습니다.
[정민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ma117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