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8민주화운동 기념사하는 윤석열 대통령/사진=연합뉴스 |
오늘(18일) 오전 제44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오월의 아이들'과 함께 정문인 '민주의 문'으로 입장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3년 연속 5·18 기념식에 참여했습니다. 현직 대통령이 재임 기간 3년 연속으로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검은색 넥타이를 맨 윤 대통령은 오월의 어머니들과 아이들을 민주의 문에서 직접 맞이하기 위해 행사 시작 전부터 5·18민주묘지 입구에서 민주 유공자 후손들과 함께 유가족 대표들을 태운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민주의 문 방명록에는 '우리의 자유와 번영, 미래를 이끈 오월 정신'이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이어 유가족 대표들이 도착하자 한 명 한 명 목례와 악수로 맞이했고, 오른손으로 오월 어머니의 손을, 왼손으로는 민주 유공자 후손의 손을 잡고 5·18 기념탑 앞 행사장까지 함께 걸었습니다.
지난해에도 윤 대통령은 5·18 민주 유공자 유가족들과 함께 입장했습니다. 특히 올해는 대를 이어 광주의 오월 정신을 계승한다는 의미로 유공자 후손 대표들도 함께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어진 헌화·분향도 5·18 유공자 유족 및 후손 대표들과 함께했습니다.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기리는 경과보고 역시 유공자 후손 대표인 기승현 씨, 조선대 학생 대표 안성영 씨가 진행했습니다.
기념식에 참석한 학생들은 대통령과 유족 대표에게 오월의 의미를 담은 이팝나무 꽃다발을 각각 전달했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입장/사진=연합뉴스 |
올해 윤 대통령의 기념사에서는 딱딱한 문구 대신 감정적인 표현을 강조한 부분도 눈에 띄었습니다. 여당의 4·10 총선 참패 이후 그간 일각에서 권위적이라는 지적을 받던 말투 등을 바꾸고 부드러운 소통에 노력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에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다소 강한 표현을 앞세웠지만, 올해 윤 대통령은 "5월 광주의 거리에 이팝나무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며 감성적 표현으로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어 "44년 전 5월, 광주시민과 학생들이 금남로에서, 도청에서 나눠 먹은 주먹밥을 닮은 새하얀 이팝나무꽃"이라며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시민들이 보여준 연대의 의미를 되새겼습니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이제 5·18의 의미가 과거의 정치적 어젠다에 머무는 대신 미래지향적 국가 발전을 위한 개념으로 확장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우리 국민이 누리는 '정치적 자유'와 '정치적 인권'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인식을 드러내면서 이제는 '경제적 불평등' 해소와 '경제적 자유'의 보장이 필요한 때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경제적 자유를 미래지향적으로 구현하는 데에 오월 정신이 기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또 "경제적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수많은 국민들을 위해 빠른 경제 성장과 공정한 분배를 실현함으로써 서민과 중산층 중심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총선 이후 강조해 온 '민생 중심 기조'를 부각함과 동시에 집권 3년 차에는 민생 경제 회복에 국정 운영의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힌 것으로 풀이됩니다.
윤 대통령은 5·18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윤 대통령의 기념사 도중에는 광주시의회 5·18 특위 소속 시의원 8명이 '5·18 헌법 전문 수록'이 쓰인 피켓을 들고 시위하면서 잠시 소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오월 어머니들과 양손을 잡고 앞뒤로 흔들며 함께 불렀습니다. 과거 보수 정부에서는 노래 제창 순서를 생략하는 등 논란도 있었지만, 윤 대통령은 3년 연속 기념식에서 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좌우에 착석한 유족 대표와 악수한 뒤 곧바로 국립 5·18 민주묘지 1묘역에 안장된 고 박금희, 고 김용근, 고 한강운 유공자
윤 대통령은 이날 국민의힘 황우여 비대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등 정치권 인사들과는 따로 인사를 나누지 않았습니다. 행사 진행상 자연스럽게 동선이 갈렸다는 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김경태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ragonmoon20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