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힘, 이상한 역할"
송영길 "민주, 제대로 안 싸워"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전 대표들이 2년 만에 방송에서 만나 현안에 대한 토론을 펼쳤습니다. 두 사람의 방송 출연 소식이 알려지자 국민의힘 공정미디어위원회는 KBS 측에 "섭외를 취소하라"고 요구하는 등 잡음도 빚어졌습니다.
이 전 대표와 송 전 대표는 15일 밤 KBS 시사프로그램 '더 라이브'에 출연해 각종 정치 현안을 주제로 토론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본인이 속했던 정당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는데,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안정화됐다고 하는데 사실 당이 죽었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송 전 대표는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국민을 대신해서 제대로 싸우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전 대표는 특히 취임 100일을 맞은 김기현 지도부를 향해서는 "당이 주체적으로 활동하는 게 안 보인다"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에 대한 당의 대응에 대해서는 "만약 제가 당에 계속 있었다면 국민적 시각을 반영하려 노력했을 것이다. 지금은 오염수를 처리수라고 이름을 바꾸는 등 이상한 역할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른바 '돈 봉투 의혹'을 받고 있는 송 전 대표는 "지금 탈당을 해서 당에 부담을 주고 있어 죄송한 마음"이라면서도 "민주당) 밖에 있어보니 왜 이렇게 못 싸우라(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면서 "검찰 독재 정권에 싸워야 하는데 싸우질 못한다. 야당답게 국민을 대변해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각 당의 대표를 향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 전 대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해 "그렇게 유능해 보이던 사람이 행정 영역을 벗어나 여의도에 와서는 뭐 하려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지향점도 명확하지 않아 보인다"고, 송 전 대표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존재감이 없다". 이 전 대표가 있었을 때는 살아있는 느낌이 있었는데, (지금은 국민의힘이) 유신정권 때 유신도조 정당 같은 느낌"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최근 발생한 싱하이밍 주중 대사 관련 논란에 대해서는 이 전 대표는 "외교라는 건 말 한마디 한마디가 굉장히 중요하다. (싱 대사가) 위안스카이 같다는 건, 윤 대통령은 그럼 뭘 하는 것이냐. 위안스카이는 '고종'을 압박했다"고 말했습니다. 송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이나 여권이 이 대표를 보기 싫으니까 이 기회에 이 대표와 야당을 공격할 수단으로 한중 관계를 과도하게 (가져간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국민의힘 공정미디어위원회는 KBS 측에 두 사람의 섭외를 취소하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습니다.
공정미디어위는 "송 전 대표는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이라는 중대한 부패와 비리 혐의로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사람"이라며 "이른바 '자진 출두 쇼'로 온 국민을 우롱하는 송 전 대표에게 변명의 시간이라도 마련해주겠다는 속셈인가. 국민이 낸 수신료를, 피의자 면죄부용 방송 제작에 쓰겠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발"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이 전 대표는 여러 정치적 언행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현재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한 강한 불만과 비판적 의견을 서슴지 않고 표출해왔다. 적어도 이 전 대표는, 현 정치 상황을 주제로 다룰 수밖에 없을 시사 프로그램의 ‘여당 측 토론자’로서 부적절하다"며 "게다가 이준석 전 대표 역시 불미스러운 사안으로
이에 대해 이 전 대표는 "그동안 전남 순천에서 쉬면서 방송 좀 하자고 연락이 와도 거의 다 출연 안했다. 가끔 지역 방송국에 나가는 정도였다"면서 "이런 성명을 내는 것 보고 모든 방송 섭외에 예외 없이 응하기로 했다"고 반발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