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나무상자 속에 원숭이가 좋아하는 견과류나 바나나를 넣은 뒤 겨우 손을 넣을 정도의 작은 구멍을 뚫어놓으면 견과를 움켜쥔 원숭이는 일단 손에 들어온 것을 놓지 않으려 하기에 구멍에서 손을 빼지 못하고, 결국 산 채로 잡힙니다.
시민단체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가 지난달,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각종 특권·특혜 폐지에 대한 찬반을 묻는 문서를 보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찬성한다고 한 의원은 고작 7명뿐, 여야지도부를 포함해 293명은 아예 응답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일부 의원들은 한술 더 떠 '우리 모두 함께 답하지 말자'며 사발통문을 돌렸고 '우리가 무슨 특권을 누리고 있는데!'라며 반발한 중진의원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정치 개혁을 위해 의원특권부터 내려놓겠다고 해놓곤 말입니다. 최고 권력자도 아닌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특권은 무려 186가지. 명절휴가비와 차량 유지비를 포함해 국회의원 1인당 의정활동비엔 연간 국민 세금 7억 700만 원이 투입됩니다.
또 무노동무임금 원칙은 유독 국회만 무풍지대지요? 지난해 여름 국회는 50일 이상 파행했지만 단 하루만 출석하고도 세비를 꼬박 챙겼고 심지어 죄짓고 감옥에 있는 의원도 거액의 수당을 받았습니다.
특권과 특혜를 누렸으니 일이라도 제대로 했으면 좋으련만 21대 국회의 법안처리율은 30%에 그쳐, 역대 최저치였던 20대 국회의 처리율보다 6.8%포인트나 더 낮았습니다.
'국민의 명령이다. 국회의원 특권 폐지!'
지난달 31일 오후 국회의사당 일대엔 국회의원의 특권 폐지에 공감하는 시민들의 주황 물결이 넘실거렸죠.
'좋은 사람이 좋은 법률을 만드는 게 아니라 좋은 제도가 좋은 사람을 만든다.' 영국 정치철학자 제임스 해링턴의 말입니다.
앞으로 선거에 출마하는 국회의원 후보와 각 정당은 특권 폐지에 대한 의견을 구체적으로 공표하도록 제도화하는 건 어떨까요.
그들이 하지 않겠다면 국민이 할 수밖에요. 안 그러면 자기가 손에 쥔 걸 절대 포기 못 하고 꽉 움켜쥐고만 있는 인도 원숭이는 여의도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노블레스 오블리주는커녕'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