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탈북 여성들의 성폭력 피해 실태를 4년 만에 재개해 조사를 마쳤는데요.
그런데 당시 보고서에서는 70개에 달하는 유의미한 정책 제언이 있었지만 모두 공개 없이 묻힌 것으로 MBN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당시 보고서 내용을 안병수 기자가 단독으로 입수했습니다.
【 기자 】
북한의 무기제조업체에서 일하다가 지난 2013년 홀로 탈북한 한서은 씨.
2019년 12월 국군정보사령부 군인 2명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며 고소했지만, 지난해 10월 법원은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고소를 검토 중인데, 고소 당시의 생각만 하면 막막한 마음이 앞섭니다.
▶ 인터뷰 : 한서은 / 가명(30대 초반)
- "성폭행, 성 무슨 폭력 그 단어 자체도 모를 당시에요. 저는 아예 걔네들이 한 짓에 대해서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 이 용어 자체를 저는 몰랐거든요."
북한에 성폭행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데다, 한국에서도 관련 교육이 부실해 대응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합니다.
정부는 지난 2021년 혈세 2,600만 원을 들여 탈북 여성 성폭력 피해 실태조사에 나서 11월에 조사를 마쳤지만 공개는 하지 않았습니다.
MBN이 당시 조사 내용 일부를 입수했는데, 조사 대상자 109명 중 93명(85.3%)이 성폭력 예방교육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습니다.
▶ 인터뷰(☎) : 전수미 / 굿로이어스 공익제보센터 변호사
- "(상담 사례를 분석하면) 10명 중에 최소한 3명에서 4명은 성범죄 피해를 겪은 것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성폭력에 대한 기본 개념을 인식할 수 있도록 북한 이탈 주민 중심의 교육이 절실합니다."
당시 조사에서는 약 70개의 정책 제언을 쏟아냈는데, 대부분 묻히고 말았습니다.
현재 탈북민 정착시설인 하나원에서 하고 있는 성폭력 예방교육은 전체 2시간에 불과한 실정.
억압을 피해 내려온 탈북 여성에게 성폭력이란 또 하나의 상처가 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MBN 뉴스 안병수입니다.
(자료제공 :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실, 무소속 김홍걸 의원실)
[ ahn.byungsoo@mbn.co.kr]
영상취재 : 이우진·임채웅 기자
영상편집 : 최형찬
그래픽 : 박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