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1일)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 관계 발언, 정치부 안병수 기자와 더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 1 】
모두발언이 이례적으로 길었죠?
【 기자 】
어제 국무회의 모두발언 소요시간이 23분입니다.
총 5천 7백여 자, 원고지로 치면 52매 분량입니다.
윤 대통령이 한 국무회의 모두발언 20여 차례 중 단연 가장 긴데요 12분이었던 취임사, 11분이었던 유엔 연설보다 2배 이상, 5분 20초 분량이었던 3·1절 기념사보다는 4배 이상 긴 수준입니다.
원고 내용 대부분이 한일 관계 관련이었고요, 윤 대통령이직접 쓴 원고를 국무회의 시작 직전까지 수정했다고 합니다.
【 질문 2 】
윤 대통령이 압축적인 연설을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이렇게까지 한 이유가 뭘까요?
【 기자 】
그만큼 윤 대통령의 한일 관계 정면 돌파 의지가 크고 국민 설득에 공을 들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상의 대국민 담화였던 어제 원고에서는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는 보기 어려운 '국민 여러분', '현명한 국민을 믿는다' 같은 표현이 등장합니다.
윤 대통령은 내부 회의에서 한일 관계를 담에 비유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한일이 서로 자기 집 앞에 담을 쌓고 버티고 있는데 우리가 먼저 우리 집 앞 담장을 허물자, 그러면 일본도 자기 쪽 담을 허물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는데요.
우리가 강제징용 해법도 먼저 발표하고 지소미아 정상화도 먼저 선언하면서 담을 부수지 않았습니까? 그러면서 상대방도 수출규제를 해제했는데 이처럼 상대방이 후속조치를 하게 하는 협상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 질문 3 】
그런데 그냥 서로 담쌓고 지금처럼 사는 게 우리가 더 잘사는 길일 수도 있을까요?
【 기자 】
보통 안보 측면에서 한일이 협력해야 북핵 대응이 강화된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요.
경제적 측면에서도 한일은 손을 잡아야 결국 더 잘산다는 인식을 대통령이 가지고 있습니다.
한일 기업이 공동으로 추진한 해외공동사업이 지난 24년 동안 270조 원 규모였다고 말한 문장을 주목해야 하는데요.
이렇게 제조, 건설업에서 뛰어난 양국 기업이 파트너가 된다면 글로벌 수주 시장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데 왜 기회를 버리느냐는 뜻으로 보입니다.
또, 경제 규모 3위 시장인 일본에서 한국산 제품을 더 많이 팔 기회도 열린다고 덧붙였습니다.
【 질문 4 】
장문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 기자 】
우선 시기 측면인데요.
국민 설득을 직접 할 거였으면, 지난 6일 외교부의 강제 징용 해법 발표 때 담화를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지적이 있습니다.
강제 징용 문제에 일본의 호응 조치가 생각보다 더디고 약하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입니다.
어제 열린 국회 외통위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윤 정부의 외교정책을 맹폭하면서 '탄핵 사유'라는 주장까지 펼쳤는데요.
이에 박진 외교부 장관은 "심각한 인신 공격이고 명예훼손"이라며 발끈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4월 지방선거와 중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일본 정부가 보수층을 의식해 보폭이 짧을 수밖에 없다, 일본이 정책에 있어서 느리더라도 상당히 신중하게 결정한다는 점도 감안해야한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강제 징용 해법 발표 직후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강제 징용은 없었다"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이 됐는데, 외교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항의하고 유감 표시를 했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 앵커멘트 】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안병수 기자였습니다.
[ ahn.byungsoo@mbn.co.kr]
영상편집 : 이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