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3·1절 기념사의 특징, 그리고 한일관계 현안과 한일정상회담 전망까지 정치부 권용범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 질문 1 】
연설문이 상당히 짧은 편이었죠.
핵심 키워드는 뭐였나요?
【 기자 】
어제 기념사는 윤석열 대통령 특유의 간결한 연설문이었습니다.
1,300여 자였는데 문재인 전 대통령의 마지막 3·1절 기념사의 4분의 1 수준이었고요.
비교적 짧았다던 윤 대통령의 지난해 광복절 기념사 분량의 절반도 되지 않았습니다.
가장 많이 쓰인 단어, 바로 10번이나 언급된 '독립'이었습니다.
'자유'는 8번, 다음으로 '미래'와 '번영'이 각각 5번, 4번 쓰였습니다.
'독립'은 3·1절 기념사라는 점을 감안하고 '자유'는 윤 대통령이 평소 강조하는 가치죠.
눈에 띄는 건 3·1절 기념사 하면 떠오르는 단어인 '과거사'나 '반성', '사죄'라는 단어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 질문 1-2 】
과거사에 대한 사죄 요구 메시지가 없는 건 드문 일이죠?
【 기자 】
네, 맞습니다.
그동안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에 대한 사죄 또는 반성 요구는 많은 경우 포함돼왔습니다.
과거 사례를 한번 보실까요.
문 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임기 첫 3·1절 기념사에서 "위안부 문제는 가해자가 끝났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며 "진실한 반성"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013년 기념사에서 한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역사적 입장은 천 년 역사가 흘러도 변할 수 없는 것"이라는 발언도 유명하죠.
한일 관계를 강조한 이명박 전 대통령도 지난 2008년 첫 기념사를 통해 "역사의 진실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 질문 1-3 】
이번 윤 대통령 기념사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다고 봐야 할까요?
【 기자 】
사실 3·1절 기념사는 대일본관이 드러나는 연설입니다.
이번에는 직접적인 사죄를 요구하는 것보다 "슬픈 역사를 잊지 말자", 이런 정도의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일본을 적대시하기보다 우리 마음가짐을 미래지향적으로 바꾸자는 말을 통해 좋지 않은 한일관계를 개선하자는 뜻이 큰 걸로 보입니다.
연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 인터뷰 : 윤석열 / 대통령
- "우리 역사의 불행한 과거를 되새기는 한편 미래 번영을 위해 할 일을 생각해야 하는 날이 바로 오늘입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직접 사죄를 요구하는 건 이제 전략적으로 좋지 않다"면서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도덕적 우위에 있다는 걸 확인하고 우리의 보편적 가치를 확장해 공동 번영을 이끌 방안을 고민하는 연설"이라고 했습니다.
【 질문 2 】
기념사에 대한 일본 측 반응은 어땠나요?
【 기자 】
윤 대통령은 일본을 '가치를 공유하는 협력 파트너'로 규정했는데요.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다양한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야 할 중요한 이웃나라"라고 밝혔습니다.
어제 일본 정부의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이 기자회견에서 한 말인데요.
마쓰노 장관은 "우호 협력 관계를 기반으로 한일 관계를 건전한 형태로 되돌리고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한국 정부와 계속해서 긴밀히 의사소통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 질문 3 】
한일 관계의 가장 큰 이슈가 강제동원 노동자 배상 문제인데요.
결국, 이걸 빨리 풀어야겠다는 생각도 작용한 걸로 봐야겠죠?
【 기자 】
네, 그렇습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피해자의 유족 측과 만나 국가가 책임을 지겠다는 뜻을 피력했죠.
협상 실무를 담당하는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지난 주말 비공개로 방한하는 등 한일 외교 당국이 해법 조율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데요.
다만, 피해자 측은 일본 기업이 배상에 참여하는 문제가 진전된 것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여기에 일본 정부도 일본 기업 참여 여부에 "노 코멘트"를 선언하면서 타결이 쉽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기념사로 찬물을 끼얹을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걸로 보입니다.
【 질문 4 】
어쨌든 윤 대통령은 이번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을 최대한 배려한 셈인데요.
한일정상회담을 염두에 뒀을까요?
【 기자 】
윤 대통령은 4월 말 방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으로 가기 전에 대일 문제도 매듭짓기를 원하는 걸로 전해졌는데요.
배상 문제에 대한 양국 간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지면 이르면 3월 말, 4월 방미 전 방일을 짧게라도 진행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약 합의가 잘 안 되고 협의만 길어질 수도 있겠죠.
5월 히로시마에서 G7 정상회의가 열리는데, 여기에 일본 측이 윤 대통령을 초청해 한일정상회담을 여는 안이 검토될 걸로 보입니다.
【 앵커멘트 】
지금까지 정치부 권용범 기자였습니다.
[ dragontiger@mbn.co.kr ]
영상편집 : 이주호
그래픽 : 유영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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