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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정인 이사장/ 사진 = 연합뉴스 |
국내 대표적인 외교안보·통일 연구 재단인 세종연구소가 약 30년간 고위 국가공무원을 대상으로 진행해온 ‘세종국가전략연수 과정’ 사업비를 부풀려 계산하거나 일부 남겨 재단 운영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연구소는 항목별로 예산서보다 최대 30배 이상을 지출하는 등 각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교육사업비 명목으로 받은 예산을 방만하게 집행하고 전용(轉用)한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 당시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을 지낸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은 27일 연구소 임원진과 평연구원들을 모아 회의를 연 뒤 사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8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외교부는 21일부터 24일까지 세종연구소 실지 감사에 착수해 연구소가 연수사업비 집행 잔액을 재단 간접비(재단 운영비)에 사용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세종연구소는 민간연구기관이지만 재단법인의 설립목적과 취지에 따라 해당 주무관청인 외교부의 회계 감사를 받아야 합니다. 전년도 11월에 예산서를 제출하고, 다음 해 3월 경 집행내역이 담긴 결산서를 제출하게 돼 있습니다. 외교부 감사관실은 최근 연구소의 연수 과정 예산 집행 관련 의혹이 제기되자 연구소의 2018년~2021년 최근 4년간 예·결산서를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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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연구소 세종국가전략연수 과정 소개/ 사진 = 세종연구소 홈페이지 |
세종연구소는 1995년부터 고위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약 1년간 국가전략연수 과정을 각 부처 지자체로부터 위탁운영해왔습니다. 연간 100명 안팎의 공무원들이 인사혁신처와 행정안전부로부터 발탁돼 연구소로 파견되면 국정 전반의 전문지식과 폭넓은 국제정세 이해를 쌓으며 중장기 정책연구를 진행하고 자기계발을 해온 교육프로그램입니다.
외교부에 따르면 연구소는 이 연수경비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각 부처로부터 인당 1900만 원(2018, 2019년), 2200만 원(2020, 2021년)을 수령한 뒤 적게는 1억3131만 원에서 많게는 2억5378만 원까지 남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연구소는 연수과정 정산 결과 집행 잔액을 각 연수생 소속기관에 보고하거나 반납하지 않고 약 9%에서 13.8% 정도를 재단 운영비라는 간접비 형태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연수비가 남는데도 2023년에는 교육사업비를 1인당 2500만 원으로 인상해 각 부처에 청구하기도 했습니다.
연구소는 연수사업비 집행 잔액을 차기년도 수입으로 포함시켜 이사회 승인 후 재단 운영예산(공통경비)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연수과정은 보조금 사업이 아니어서 집행 잔액에 대한 사후 정산과 반환 의무가 없다는 허점을 이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통상의 세금이라면 ‘불용(不用)’처리를 한 후 반납하기 마련인데 연수사업비의 성격이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은 탓에 세종연구소 수입으로 흘러가도 막을 방법이 없었던 것입니다. 외교부는 해당 연수사업비로 교육연수실 직원 외에 행정실 직원 6명의 인건비를 집행한 의혹도 조사하고 있습니다.
외교부는 해당 예산이 보조금 성격이 맞는지 기획재정부에 해석을 의뢰한 상태입니다. 만약 연구사업비 잔액이 불용예산이라는 해석이 나올 경우, 세종연구소는 해당 기관에 연구비용 잔액을 반납해야 합니다.
연구소는 또 2021년 집기비품으로 700만 원을 쓰겠다고 예산서를 제출했으나 실제 결산서에는 33배가 넘는 2억3560여만 원을 쓴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2020년에도 연수비를 과다청구했을 우려가 있어 구체적인 실제 집행 내역을 확인해야 한다고 외교부는 보고 있습니다.
세종연구소 고위관계자는 “회계상 과다하게 지출을 하더라도 남는 걸 반납하지 않고 연구소가 쓰느냐는 지적이지만 이런 저런 비용 속에 남는 게 없다”며 “일부 집기나 시설이 낙후돼 있어 손보는 데 쓰였고 여러 가지 비용이 상승된 측면이 있어서 연구비용도 올해 인상해 청구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외교부 감
[김누리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r50261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