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결 갖고 중책 수행 불가"
與 천하람 "조국 아빠찬스 악몽 떠올라"
野 박홍근, TF 구성 검토 외치며 총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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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당시 인천지검 특수부장 검사이던 정순신 신임 국가수사본부장이 세월호 침몰 사건 수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신임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정순신 변호사가 '자녀 학교 폭력' 논란으로 임기 시작 하루를 앞두고 자진 사퇴했습니다.
야권에서 상식과 정의를 벗어난 모습이라며 정 변호사 임명 철회를 주장하는 총공세를 펼치고, 여권에서도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 변호사는 오늘(25일) 입장문을 내고 "아들 문제로 국민들이 걱정하시는 상황이 생겼고 이러한 흠결을 가지고서는 국가수사본부장이라는 중책을 도저히 수행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면서 "국가수사본부장 지원을 철회한다"고 밝혔습니다.
국수본부장 지원 이유에 대해서는 "수사의 최종 목표는 유죄판결이다. 초동 수사단계에서부터 공판경험이 있는 수사 인력이 긴요하다"며 "이에 수사와 공판을 두루 거친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수사발전에 기여하고자 국가수사본부장에 지원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저희 아들 문제로 송구하고 피해자와 그 부모님께 저희 가족 모두가 다시 한번 용서를 구한다"며 "저희 가족 모두는 두고두고 반성하면서 살겠다"고 사과했습니다.
앞서 정 변호사의 아들은 지난 2017년 한 유명 기숙형 자립형사립고에 입학해 동급생이던 A 군에게 1년 동안 학교 폭력을 가했습니다. 이듬해 학교폭력위원회에 회부돼 2018년 3월 전학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에 정 변호사는 전학 취소 행정소송 및 집행정지를 신청하며 법적 조치를 취했지만, 1심과 2심, 대법원 모두 기각돼 2019년 2월 전학 조치됐습니다.
그는 이날 오전 "피해 학생과 부모님께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라며 "부모로서 피해 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려고 했지만 미흡한 점은 없었는지 다시 한번 돌이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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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하람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 사진=연합뉴스 |
여권에서 정 변호사의 사퇴 촉구 목소리를 처음 낸 건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천하람 후보입니다.
천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 변호사가 아들의 전학 처분에 반발해 불복 소송을 낸 것을 꼬집으며 "자녀의 학교폭력 자체도 부적절하지만, 학폭위의 처분에 불복해 수 차례 소송을 내고 모두 패소한 것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아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을 면하게 하기 위해 검사 출신 법조인이라는 지위를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곽상도 전 의원, 조국 전 장관 사건에서 국민께 큰 박탈감을 드렸던 '아빠 찬스'의 악몽이 되살아난다"고 비판했습니다.
천 후보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위원을 했던 제 경험으로 볼 때 (정 본부장의 아들은) 언어폭력으로 전학 처분이 이뤄졌고, 불복 소송 1심, 항소심은 물론 대법원에서도 모두 패소했다. 언어폭력의 정도가 매우 심했을 것"이라며 "이런 사람에게 대한민국 수사경찰을 지휘, 감독하는 공직자로서의 자격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아울러 "(정 변호사는) 피해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의도가 있다면 직을 내려놓고 피해 학생과 국민들에게 진솔하게 사과드리는 게 먼저일 것"이라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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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사진=연합뉴스 |
민주당에서는 필요 시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학교 폭력 관련 진상 규명에 나서겠다며 전방위 압박에 나섰습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시·도당 및 지역위원회 을지로위원장 리더십 워크숍에서 "(정 변호사 자녀의 학교폭력 논란은) 한국 사회의 권력이 자녀에게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고 그 잘못마저도 덮어준 대표적 사건"이라며 "잔인한 학교폭력 소재를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가 현실에 나온 것 같아 충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정 본부장 임명을 철회하고 사퇴시켜야 한다"며 "부실검증으로 학교폭력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준 이번 인사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정민 정의당 대표도 대변인실을 통해 보도자료를 내고 "아빠가 법조계라 재판 걸어도 이긴다며 지속적으로 가해를 일삼은 정 전 검사 아들의 학폭 그 자체도 문제지만 이후 대처 과정에 법조 권력을 동원해 아들을 변호했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
또 "검찰 엘리트로 모든 권력을 통제하려는 윤 대통령의 인사가 도를 넘었다"며 "정의당은 정 전 검사의 임명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정 변호사의 사의 표명으로 전국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는 운영 차질이 불가피해진 상황입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