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국민의힘 명예 대표' 되나…이철규 "가능하다"

정진석 "당정, 같은 배를 탄 일원"
장제원 "미국 대통령은 후보 지지하기도"
천하람 "여당을 용산 출장소로 만들건가"
이준석 "'종신 독재관' 안될텐데"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 사진 =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을 '명예 당 대표'로 추대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여권이 시끄러워졌습니다. 친윤 핵심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가능한 얘기"라고 당정일체론을 언급했는데, 여기에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도 목소리를 보탰습니다. 하지만 이준석계 천하람 당 대표 후보는 "여당을 용산 출장소로 만들 건가"라고 당정분리론을 주장했습니다.

↑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민공감 3차 회의에서 주호영 원내대표(왼)가 이철규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윤핵관'으로 꼽히는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오늘(15일) 국회에서 열린 공부 모임 '국민공감'을 마친 후 '당정 융합 방안으로 윤 대통령이 명예 대표를 맡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을 받고 "가능한 얘기"라고 답했습니다.

이철규 의원은 "대선 때 대선 후보와 당권을 가진 당 대표가 분리돼야 한다는 취지로 '당정분리론'이 나왔던 것이지, 집권 여당이 대통령과 다른 목소리를 내면 집권당이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며 "선거 당시에 (당이) 국민께 한 약속은 대선 후보 개인의 약속이기도 하지만 당의 공적인 약속"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당무 개입 논란이라는 건 불편한 분들이 주장한 일방적인 얘기"라며 "구체적으로 당의 어떤 행정에 관여한다든가 하는 정도면 개입이라고 할 수 있지만 가만히 계시는 대통령과 연대를 했다는 둥 의도적으로 대통령을 자기 선거 판에 유리하게 이용하기 위해 꺼낸 말 아닌가"라고 꼬집었습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명예 당 대표 얘기는 처음 듣는다"면서도 "매주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비서실장, 정무수석, 당 비대위원장, 원내대표가 만나 고위 당정회의를 하는 이유는 능률과 효율을 높이기 위해 책임 진 여권으로서 충실히 일을 다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실 당정 분리는 엄밀한 의미에서 맞지 않고 당헌·당규에 집권여당으로서 정부를 충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 비대위원장은 "행정부와 입법부는 견제와 균형의 관계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집권 여당과 대통령실이 분리되는 게 옳다고 볼 수는 없다"며 "같은 책임을 지고 같은 목적을 향해 가는 같은 배를 탄 일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당과 어떻게 관계 맺을지는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 당원 뜻을 모아 결정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당정관계가 협력관계이기도 하고 약간의 건강한 긴장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너무 일치하면 건강한 비판 기능이 사라지고, (반대로) 총질을 하다가 언제는 당정분리가 됐다. 모든 것은 중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 13일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집권세력이 하나 돼서 같은 목소리로 정책을 추진하고 당정이 하나 되고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미국은 대통령이 후보를 지지할 수도 있다. 프랑스도 명예당수이지 않느냐. 그래서 집권세력의 정당, 집권정당의 책임정치가 가능하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 국민의힘 천하람 당대표 후보가 14일 오후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 열린 제3차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하지만 이준석계 천하람 당 대표 후보는 이날 KBS라디오를 통해 "대통령의 정책 방향에 대해 여당 일각에서는 비판적인 의견들도 나와줘야 되는 게 정상이다. 입법부의 역할은 행정부와 협력하는 것도 있지만 감시하고 견제하는 부분도 있다"며 "안 그러면 여당을 용산 출장소로 만들건가"라고 일갈했습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명예 대표를 맡는 방안이 거론된다는 언론 보도를 공유하면서 "dictator perpetuo 보다는 princeps를 지향해야 할 텐데..."라고 적었습니다.

'dictator perpetuo'는 공화정 로마 말기의 관직이었던 '종신 독재관'을 의미합니다. 당시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스스로 독재관에 취임한 뒤 임시직이었던 독재관 자리를 임기 제한을 없앤 종신직으로 바꾸며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게 됩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사용된 'princeps'는 카이사르가 암살 당한 뒤 로마를 이끌게 된 옥타비아누스가 스스로를 부른 칭호입니다. 옥타비아누스는 '아우구스투스(세상에서 가장 존엄한 자)'라는 칭호를 받았지만 좀 더 겸손한 표현인 'princeps(제 1인자)'를 사용했다는 해석입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