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22-2 한미동맹 평화 컨퍼런스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25일 역대 한미연합사령부의 미군측 사령관들과 한국측 부사령관들은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한미동맹 평화 콘퍼런스에서 마주앉아 확장억제에 대한 이견을 드러냈다.
한국측 전직 부사령관들은 고조된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감안해 미국이 더 충분한 전략자산을 전개해야 한다는 견해를 펼쳤다. 반면 미국측 전직 사령관들은 미국이 이미 한반도에 충분한 확장억제 수단을 제공하고 있다며 '미국의 한국방어 의지는 확고하다'며 맞섰다.
이날 정승조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미국의) 확장억제가 보다 구체화되길 희망한다"면서 "선언적 수준으로 머물러서는 안되고 작전계획 수준으로 구체화되고 그에 따라 연습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의장은 "한국이 지금 직접 핵무기를 가질 수는 없지만, 핵무장에 대한 잠재력을 강화하는 것도 대북 억제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반도에서 미국의 전술핵을 운용하는 계획 수립 단계부터 한국군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국이 당장은 아니더라도 유사시 단기간에 독자적 핵무장을 할 수 있도록 미국이 협조해야 한다는 주장으로도 해석되는 발언이다.
임호영 전 연합사 부사령관은 더 명확하게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임 전 부사령관은 "과거에는 북한이 이 정도까지 (도발 관련) 활동을 한 적이 없었다"면서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훈련을 마치고 귀환 중이던 미국의 항공모함이 회항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40년 군복무를 하면서 처음 본 광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미가 유례 없는 북한의 위협에 따라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전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 공유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국측 인사들은 미국의 전략자산 등 확장억제 수단이 이미 충분한 대북 억제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핵 비확산 체제를 훼손하지 않겠다는 미국 정부와 같은 맥락의 입장인 셈이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전 연합사령관은 "확장억제력은 미국이 제공하는 것이며, 절대적으로 아주 굳건하고 안전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는 매우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미국이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스캐퍼로티 전 사령관은 유럽과 동북아를 둘러싼 전략적 환경이 엄연히 다르다면서 한국 일각의 '나토식 핵공유' 주장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나아가 그는 미국 등 각국이 보유한 전술핵무기의 수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개인적 견해를 밝혔다. 다만 스캐퍼로티 전 사령관은 "(핵무기 정책과 관련해) 과거 나토와 미국이 그랬던 것처럼 더 많은 협의를 해야한다"면서 "(한미 간 협의를) 보다 구체화하고 한국의 고위 관료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훈련 제일주의자'로 정평이 난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이 자리에서도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모든 장벽을 제거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올 들어 핵·미사일 도발을 지속하는 북한에 대한 한미의 결의와 역량을 보여주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바로 '훈련'이라는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지난 정부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분위기 속에서 다수의 한미연합 군사훈련들이 축소·불발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과거를 뒤로하고 현존하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공조와 준비태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