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해군의 서해함포사격 훈련 모습. [매경DB] |
북한이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끝난 직후 도발 범위를 NLL까지 넓히면서 서해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군 안팎에서는 북한이 서해에서 위협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천안함·연평도 사태와 같은 국지적 충돌이 발생할 우려도 제기된다.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오늘 오전 3시 42분께 서해 백령도 서북방(약 27㎞)에서 북한 상선(선박명 무포호·약 5000t급) 1척이 NLL을 침범해 우리 군이 경고 통신 및 경고사격으로 퇴거 조치했다"고 밝혔다. 군당국에 따르면 이날 무포호는 직선거리 기준으로 NLL을 최대 3.3km 침범했다.
당시 군은 호위함 등 함정 여러 척을 동원해 가깝게는 북측 선박 1km 이내까지 접근해 대응조치에 나섰다. 군은 무포호의 NLL 침범을 전후로 경고통신을 20여 차례 발신했다. 그러나 이 배가 항로를 북쪽으로 틀지 않자 M60 기관총으로 두 차례에 걸쳐 각각 10발씩 경고사격을 실시했다. 결국 무포호는 경고사격 이후 뱃머리를 돌려 오전 4시 20분쯤 NLL 이북으로 되돌아갔고, 중국측 방향으로 이동했다고 군당국은 설명했다.
군당국은 무포호가 항로 착오 등으로 인한 단순 월선이 아니라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NLL을 침범했다고 보고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측 선박은 우리(해군 함정)가 근접했을 때 '부당통신(북측의 주장을 담은 통신)'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북측은 통상적으로 NLL 침범시 한국 해군 함정에 '우리 측(북측) 해역에 접근하지 말라'는 주장을 담은 통신을 실시하고 있다고 이 당국자는 설명했다. NLL을 실질적인 남북 간 해상 군사분계선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담은 주장인 셈이다.
이후 북한은 이날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발표'를 통해 "새벽 3시 50분쯤 남조선(남한) 해군 2함대 소속 호위함이 불명 선박 단속을 구실로 백령도 서북쪽 20km 해상에서 아군 해상 군사분계선을 2.5~5km 침범해 경고사격을 하는 해상적정이 제기됐다"고 강변했다.
↑ 인천 옹진군 대청도 앞바다에 어선들이 조업을 마치고 돌아오고있다. [매경DB] |
북한은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서부전선 해안방어 부대들에 감시 및 대응태세를 철저히 갖출 데 대한 지시를 하달했다"면서 "(이날) 5시 15분 해상적정 발생 수역 부근에서 10발의 방사포탄을 발사해 적함선을 강력히 구축하기 위한 초기 대응조치를 취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또 "24일 5시 15분 (황해남도) 룡연군(용연군) 일대에서 사격방위 270도 방향(정서쪽)으로 10발의 위협 경고사격을 가하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최근에 지상전선에서의 포 사격 도발과 확성기 도발에 이어 해상 침범 도발까지 감행하고 있는 적(한미)들에게 다시 한 번 엄중히 경고한다"면서 남측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고 시사했다. 이번 북측 방사포 사격은 무포호가 침범한 NLL 해역과는 많이 떨어져 연계성이 낮다고 군당국은 밝혔다.
군당국은 이날 '남측이 확성기 도발을 했다'는 북측 주장도 일축했다. 군당국은 최근 중부전선에서 응급헬기가 운행하며 이를 북측에 알려주기 위한 차원의 방송이 있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북측이 이를 대북 확성기 방송으로 규정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합참은 "군은 오늘 오전 5시 14분쯤부터 북한이 황해남도 장산곶 일대에서 서해 NLL 북방 해상완충구역 내에 발사한 10발의 방사포 사격을 포착했으며, 우리 영해에 관측된 낙탄은 없다"면서 북측의 포병 무력시위가 있었음을 확인했다. 합참은 "NLL을 침범한 북한 상선에 대한 우리 군의 정상적인 작전조치에 대해 북한군이 방사포 사격을 실시한 것은 명백한 9·19 군사합의 위반이자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러한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과 적반하장식 주장은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행위로서 즉각 중단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북측 선박이 NLL을 넘어 해군이 경고사격을 실시한 것은 대통령선거 직전인 지난 3월 8일 이후 7개월여 만이다. 북측 상선이 NLL을 넘어온 것은 지난 2017년 1월 이후 약 5년 만이다.
특히 이번에 NLL을 넘어온 무포호는 지난 1991년 북한이 시리아에 스커드 미사일을 판매하기 위해 동원했던 배와 이름이 같았다. 동일한 선박일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당시 무포호는 남포항에서 미사일을 싣고 시리아로 향했으나 서방 정보기관들이 이를 포착, 추적했고 해당 사실이 보도된 이후 이스라엘측의 공격 가능성이 제기되자 결국 남포항으로 되돌아간 바 있다.
북측이 이번에 '상선'을 동원해 NLL을 침범한 것은 일종의 '도발수단 다변화' 차원으로 해석된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지속적으로 긴장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새로운 도발 요소들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며 "다양한 시간대와 지역에서 계획적으로 도발을 진행해 한미의 대비태세와 대응수위를 떠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서해에서 천안함·연평도 사태와 같은 고강도 국지도발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대비태세를 강화하는 동시에 적극적인 긴장 완화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군의 사전 승인 없이 북한 상선이 새벽에 NLL을 침범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번 사태는 서해 NLL을 무력화하기 위해 북한이 의도적으로 기획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정 센터장은 "서해에서 새로운 교전이 발생하고 그것이 북한군의 백령도 포격과 같은 최악의 사태로 연결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도 북측 선박의 NLL 침범에 군의 대비태세를 떠보고 군사적 대응을 하기 위한 의도성이 담겼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양 교수는 "그동안의 경과를 볼때 서해상 충돌은 우발적 상황하에서 전개되어 왔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면서 남북 최선선 군부의 긴장감과 피로 누적이 우발적 충돌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남북한이 상황악화를 막고 9·19 군사합의 이행을 위한 군사공동위원회를 조기에 구성해 시급히 운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공기부양정을 동원한 북한군의 상륙훈련 모습. [매경DB] |
이러한 가운데 해군은 이날부터 육·공군과 해양경찰, 미군 전략과 서해상에서 대규모 합동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훈련에서는 서북도서와 서해안으로 고속 침투하는 북측 공기부양정 등의 침투전력을 신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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