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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요즘 더불어민주당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안타깝다. 전재수 민주당 의원이 이재명 당 대표의 주식 투자에 대해 "실망했다"고 쓴소리를 했더니 내부 총질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전 의원은 "대선 패배 후 지지자들이 뉴스도 못 보고 널브러져 있는데 (대선 후보로 나왔던 이재명 대표만) 혼자 정신 차리고 주식거래를 한다? 일국의 대선후보, 민주당의 대선후보였는데 개인적 사익에 해당하는 주식거래는 지지자들에게 실망스러운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했는데 정당한 문제 제기다.
이 대표의 주식 매입 시점은 3월 대선에서 패배하고 6월 지방선거와 보궐선거를 준비하던 4~5월이었다. 대선 패배를 어떻게 추스를지, 당과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지 고민할 때였다. 보통 정치인이라면 그런 생각만으로도 정신적 여유가 없을 듯싶다. 그런데 이 대표는 방산 업체 주식을 샀고, 보궐선거에 당선돼 국회의원이 되더니 국회 국방위원회에 들어갔다.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 해명을 요구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최근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은 실망스럽다. 그는 "총구를 외부를 향해야지 혹시라도 총알 한두 개가 내부를 향하게 되면 굉장히 치명적인 게 될 수 있다. 철저히 절제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이른바 '내부 총질론'이다. 외부 위협을 핑계로 내부 비판을 억누르는 발언이다.
안 의원은 ''갈치 정치"라는 말도 언급했다. "갈치는 갈치를 먹고 큰다. 큰 갈치 배를 가르면 (작은) 갈치가 나온다"며 내부 비판을 갈치 정치에 비유했다. 방송이나 SNS를 통해 내부 비판을 하는 정치인은 자기 식구를 잡아먹는 '갈치 정치'를 한다는 뜻이었다. 그가 비록 "전 의원을 갈치 정치인의 부류로 보지 않는다"고 했으나, 정치권에서는 전 의원의 은빛 머리카락을 빗대 한 말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전 의원은 '갈치 정치' '내부 총질' '당을 떠나라' 등의 비난과 욕설이 담긴 문자 폭탄을 받았다.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안 의원의 발언이 사실상 전 의원을 공격하라고 좌표를 찍어준 결과를 낳은 것이라면 참담한 일이다. 민주당이 문자 폭탄과 좌표 찍기로 내부 비판을 억누르려 한 것은 이미 수차례 선례가 있었다. 이젠 습관으로 고착된 것인지 의심이 들 정도다.
미국 작가 솔 엘린스키는 이런 말을 했다. "갈등 없이 어떻게 합의에 이를 수 있는가? 갈등은 열린 사회의 핵심이다. 민주주의를 악보로 표현하자면, 주요 테마의 화성은 불협화음일 것이다. 모든 변화는 움직임을, 움직임은 갈등을, 갈등은 열기를
비판은 갈등을 촉발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그 갈등 속에서 더 나은 해결 방안과 타협점을 찾아간다. 그게 민주주의다. 내부 비판이 죽은 사회, 그래서 갈등이라는 불협화음이 나오지 않는 사회는 더 이상 민주 사회가 아니다. 민주 정당이라고 부를 수 없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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