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하면 부인할수록 커지는 미친 존재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총선차출론이 국민의힘 내에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친윤 그룹 의원들이 연 이틀째 총선출마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는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당 지지율이 고전을 면치못하고 경제위기 속 반전카드로 급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의힘 최고위원을 지낸 친윤(親윤석열)계 조수진 의원이 19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해 "(2024년) 총선 즈음에는 한번 나서줬으면 좋겠다"며, 수도권 승리를 위해 당에서 요청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조 의원은 '한동훈 장관이 정치를 할 것 같나'라는 진행자 질문에 "정치는 생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총선에선 어떤 큰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상대적으로 젊고 유능하고 그리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상식·공정 이런 가치를 담고 있는 사람, 이런 분이 어떻게 보면 진두지휘 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했다. 한 장관에 대한 총선 차출론은 벌써 연 이틀째다. 이번엔 조 의원이 '진두지휘'라는 표현까지 쓰자 조만간 시작될 당대표 선거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전날 친윤계 유상범 의원은 라디오에서 한 장관 차출론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40% 이상으로 안정적인 지지세를 받고, 대통령실과 행정부처 운영이 자리를 잡는다면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그는 "한 장관이 가진 안정감과 명쾌한 논리 등이 국민들의 국정운영 지지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윤 대통령, 한 장관과 마찬가지로 '특수통 검사' 출신인 유 의원은 당내에서 친윤그룹으로 분류된다. 현 정부 인수위에 정무사법행정분과 인수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한장관 차출론은 원외 당 인사들도 지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재오 상임고문은 이날 "제가 볼 때는 무조건 나간다"고 전했다.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도 라디오에서 "법무부 장관도 잘할 것이고, 총선에 나와서도 잘할 것"이라며 "지금 당장은 장관으로서의 일에 충실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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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가 9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서 110억원대 뇌물수수 의혹 등으로 구속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기소와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
본인이 부인하면 할수록 강해지는 한 장관 차출론은 최근 20~30%대에 머물며 맥을 못추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과 당지지율 영향이 커 보인다. 특히 수도권에서 지지율이 집값 하락세와 물가상승세 등으로 위기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2년 후 총선 승리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조수진 의원은 이날 "(선거에서) 상징이란 것"이라며 "작년 6·11 전당대회 때는 정권교체를 위한 어떤 신선한 젊은 바람이 필요했기 때문에 이준석 대표 체제가 선택이 된 것"이라고 예를 들었다. 이어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보다 유능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젊고 새로운 인물에 대한 욕구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정말 좋은 분들이 많이 영입돼야겠지만 그 중에서도 한 장관도 생각해볼 수 있는 카드"라고 했다.
이처럼 한동훈 총선 차출론이 강해지면서 조만간 시작될 당대표 선거(이하 전당대회)에서 한장관 차출설도 흘러나오고 있는 중이다. 여권 일각에선 당권이 비주류에게 넘어갈 위기 상황이 오면 '최후의 보루'를 등판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반윤 후보'에 속하는 유승민 전 의원이 여론조사에서 상위권을 달리고 있고 나경원 전 원내대표, 안철수 의원 등 후보가 난립하는 상황에서 자칫하면 표심이 갈리면서 비윤계 후보가 당대표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한 중진 의원은 "윤 대통령의 성정상 한 장관을 당장 정치권으로 호출할 가능성은 낮지만 당이 이준석 리스크 극복이후에도 여전히 내홍을 겪는 다면 진짜 큰일 아니겠냐"며 "지금은 호사가들 이야기지만 전당대회의 시점에 따라 아예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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