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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군 포함 장교 임관식 [사진 = 연합뉴스] |
생뚱맞은 뜬금포에 고등학교·대학교때 힘들게 받았던 군사교육 '교련'을 떠올린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을 듯하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필자도 연병장이 아닌 교정에서 각반까지 찬채 총검술과 제식훈련을 했다.
실수라도 할라치면 '얼차려'가 기다렸다.
교련시간 만큼은 학생이 아니라 군인이었다.
대학땐 병영집체교육은 물론 비무장지대 철책선 경계를 서는 전방입소교육까지 받았다.
육체적·정신적으로 벅찼다.
이때문에 실제 군입대전부터 군대는 무서운 곳, 빡세게 고생하는 곳이라는 두려움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이처럼 논란이 컸던 교련 과목은 대통령 직선제를 도입한 1987년 이후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런데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여성 군사기본교육 의무화'입법에 나서면서 과거의 불편했던 기억이 소환됐다.
김 의원은 남성 군필자가 받는 예비군·민방위 훈련을 여성에게 확대하자고 한다.
연령대는 미정이지만 2박3일 정도 단체입소를 하거나 혹은 출퇴근 방식으로 여성들에게 기초 군사훈련을 시키자는 취지다.
교련의 부활까지는 아닌 듯하지만 그래도 입소훈련이랄지, 여성들에게 총을 쥐어주는 것 자체가 군사정권의 잔재를 보는 듯해 꺼림칙하다
시대착오적인 퇴행이라는 느낌을 지우기도 힘들다.
물론 상시적인 북한의 도발과 위협이 실재하는 나라에 살고 있는 만큼 "국민 개개인이 스스로 지킬 수 있는 힘을 기르자"는 명분이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화생방·방사능 공격에 대비한 훈련을 하고, 총을 어떻게 쏘는지 배우는 등 유사시를 대비한 생존훈련을 실시하는 게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그리고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더군다나 여성들의 자유의지에 반하는 법을 만들어 강제로 이들에게 군사훈련을 시키겠다는 건 다른 차원의 얘기다.
정치인이 자신의 신념에 따라 입법을 하면 국민은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식인데, 이런 게 바로 권한남용이자 국가폭력이다.
더 큰 문제는 남녀갈등을 부추겨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사회적 갈등과 국론 분열을 초래할 위험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벌써부터 남성들이 "여성도 군대에 가는게 공정"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무슨 군사교육이 2박 3일이냐, 최소 3~4개월은 해야 한다"
"결혼도 안하는데 군대나 보내라"
"아예 이번기회에 여성도 징집대상에 포함시켜라"
"여자도 현역입대하 는게 양성평등이다"라는 글이 온라인 댓글창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헌법까지 들고 나온다.
헌법 39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에 당연히 여성도 포함되는만큼 남성에게만 군대를 가라고 강요하는 건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는 거다.
하지만 모든 걸 공정의 잣대로만 재단할수는 없는 일이다.
출산과 육아 책임이 큰 여성에게 군사훈련을 시키든, 징집을 하든간에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기존 남성위주로 돼 있는 군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는데 군전력에 도움이 될지도 살펴봐야 한다.
군대문화에 대한 여성들의 거부반응도 무시할 수 없다.
딸 가진 부모 등 전체 사회의 수용성도 감안해야 한다.
전세계적으로 봐도 여성에게 군사훈련을 시키거나 징집을 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징집제 시행국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64개국인데, 이중 여성까지 징집하는 경우는 북한 등 11개국에 그친다.
여성징집비율이 낮은건 전투력은 물론 사회적 비용을 감안했기 때문일 것이다.
성급하게 결정할 일이 아니라 공론화 과정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게 우선이 돼야 한다.
그런데도 당장 다음달에 군사훈련 의무화 법안을 발의하겠다며 서두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
국민의힘 당권을 노리는 김 의원이 '이대남'
정치적 목적을 위해 남녀간 상호 혐오를 부추기고, 성별 갈라치기를 했다간 거센 역풍을 만나게 될 것이다.
여성과 군대를 연결짓는건 뜨거운 감자다.
함부로 다뤘다간 손을 데기 십상이다.
무모한 불장난을 당장 멈춰야 한다.
[박봉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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