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군 2호기 이륙 장면. [매경DB] |
대통령 전용기를 바꾸거나 새로 사는 문제는 역대 대통령들들에게 '고양의 목에 방울달기' 같은 문제였다.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됐고, 남과 북이 치열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안전은 국가안보에서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한 요소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매년 10여 차례나 이용하는 대통령 전용기는 국가안보의 핵심 자산이다. 그래서 이 비행기의 이름도 공군 1호기, 공군 2호기라고 부르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민간항공사에서 전용기를 빌려서 쓰기보다는 직접 구매해 진정한 의미의 공군 1·2호기를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번번히 민심과 정치의 벽에 막혔다. 대통령 전용기 문제가 고약한 것이, 특정 정부에서 전용기를 새로 장만하기로 결정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그 정부가 사용하기는 어렵다. 반면 '혈세 낭비'라는 정치권의 공격을 받기에는 딱 좋은 이슈다. 결국 대통령으로서는 '내가 쓰지도 못하는 전용기를 사기 위해 정치적 비난과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대통령 전용기를 둘러싼 '당위'와 '정치'의 대결에서 승자는 늘 정치였다. 결국 대통령 전용기의 '상징'인 공군 1호기는 역대 정권을 거친 무수한 논란 속에서 여전히 민간항공사 소속 항공기를 임차해서 쓰고 있는 형편이다. 다만 공군 2호기는 온전한 한국 공군의 자산이다. 어찌 보면 '공군 2호기'가 진정한 의미의 공군 1호기인 셈이다.
현재 정부가 보유 중인 공군 2호기는 전두환 정부 시절인 1985년에 도입한 보잉 737-300 기종이다. 소형 여객기를 기반으로 제작된 이 비행기는 약 40인승 규모다. 크기가 작아서 단거리 활주로 이착륙도 가능했다. 항속거리가 짧아 미국까지 가려면 하와이 등지에 기착해 중간 급유를 받아야 한다.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18년 9월 백두산 방문을 위해 양강도 삼지연 공항에 도착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영접을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이 비행기는 정부가 지난 2010년 대한항공과 장기 임차계약을 맺고 보잉 747-400을 도입하기 전까지는 공군 1호기로 쓰였다. 이 비행기는 주로 2000년대 이후 남북관계 역사의 중요한 장면에 자주 등장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에도 김대중 대통령은 이 비행기를 타고 평양으로 날아갔다.
2018년에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등으로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사단이 이 비행기로 평양에 가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났다. 북한의 김정일·김정은 부자가 모두 이 비행기를 직접 목격했다는 이야기다. 이 비행기는 2018년 9월에도 문 대통령 부부와 특별수행원, 기자단을 태우고 평양에서 백두산 삼지연공항으로 날아가 남북 정상이 백두산 천지에 나란히 선 역사적인 모습을 만드는데 숨은 공로를 세웠다. 그날 문 대통령은 공군 2호기가 있었던 덕택에 백두산에서 서울공항으로 곧장 날아와 그날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 도착, 대국민 보고를 할 수 있었다. 반면 이 비행기는 2018년 문재인 대통령 부인인 김정숙 여사의 인도 단독 방문 당시에도 투입돼 현 정부 들어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당초 문재인 정부는 공군 2호기를 유지하고 1대를 추가로 임차해 대통령 전용기를 총 3대 운영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물가와 환율이 껑충 뛰면서 기존의 비행기를 빌리기도 어려워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18일 기자들과 만나 '항공기를 추가로 임차하려 했지만 편성된 예산 범위 내에서 추진하려다 보니 국내 항공사들이 세 차례 입찰에 응하지 않았고 계약 체결이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군 2호기의 운영을 위해서 비용, 운영 효율성, 실제 전력화 시기 등을 고려해 현재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강조했다.
현재로선 윤석열 정부 내에서 새로운 공군 2호기 기종 선정과 계약이 이뤄질 가능성은 반반 정도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윤 대통령이 이 비행기를 사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크게 오른 환율과 팍팍한 경제상황, 정치권의
과연 윤석열 정부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또다시 정치논리에 밀려 공을 다음 정부로 넘길 것인가.
[김성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