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말~11월초 방한을 계획했던 사우디의 실질적 통치자 모함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돌연 연내 방한을 취소했다.
17일 외교가에 따르면 빈살만 왕세자는 방한 불발을 우리 정부 측에 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가 한국과 사우디 수교 60주년인데다가, 원전 수주, 사우디가 계획중인 650조원 규모 세계 최대 건설 사업 중 하나인 '네옴시티' 내 스마트시티와각종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하고 방대한 협력의제들이 있었던만큼 빈살만 왕세자의 방한 연기에 대해서도 무성한 뒷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대통령실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빈살만 왕세자의 방한을 기정사실화하고, 윤석열 대통령과 만남을 추진해왔다.
가장 큰 이유는 사우디와 미국과의 갈등이다. 사우디는 원유 감산 문제로 러시아 쪽 손을 들어주면서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그런데 사우디가 입찰공고를 내고 한국을 초청한 원전수주 관련해서 미국과 사우디 원자력 협정은 필수다. 미국은 우라늄 농축비율 20% 이하로 할 것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는데, 사우디는 이를 초과하는 숫자를 원하고 있다.
다만 이 숫자 문제는 표면적인 것이고, 악화된 미국과 사우디 관계 속에서 한국은 이른바 '낀' 상황이 된 것이다. 최근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미국과 그 어느때보다 긴밀하게 공조하고 있는 한국의 상황이 빈살만 왕세자에겐 부담이 됐을수 있다. 여당 관계자는 "우리 사정이 아닌 사우디의 사정 때문에 무산이 된 것 같은데, 우리나라와 관계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사우디가 미국 뜻과 반대로 원유감산을 한 것이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2030 세계엑스포 유치 문제다. 한국의 부산은 사우디의 리야드와 2030 엑스포 유치를 놓고 2파전 양상으로 경쟁중이다. 다만 우리나라가 유치전을 늦게 시작해 리야드에 밀리는 추세다. 이같은 상황이 양국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다만 한 정부 관계자는 "엑스포 문제는 오히려 양국이 각종 거대한 협력 프로젝트를 논의하면서 지렛대로 쓸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면서 해당 문제 때문에 방한이 불발되진 않았을 것으로 봤다.
연내 방한은 무산 분위기이지만,
[박인혜 기자 /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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