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군사합의 위반해놓고…북한군 총참모부 "남측은 무모한 도발 중단하라"

북한이 지난 14일 9.19 군사합의를 어기고 동·서해상 완충구역에서 포병사격을 한 것을 두고 "남측의 포 사격에 대한 대응조치"라고 밝혔다. 북한은 남측의 무모한 도발을 중단하라며 적반하장 주장을 펼쳤지만 이종섭 국방부장관은 "북한의 의도된 일련의 도발 시나리오의 시작일 수 있다"며 상황의 엄중함을 강조했다.
북한군은 지난 13일부터 14일까지 고강도 대남 무력 시위를 벌인 이유에 대해 우리 군의 포 사격에 대응한 것이라면서 "남조선군은 전선지역의 군사적긴장을 유발시키는 무모한 도발행동을 즉시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15일 주장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군 총참모부는 이날 대변인 발표에서 "10월 13일에 이어 14일에도 오전 9시 45분경 아군 제5군단 전방지역인 남강원도 철원군일대에서 적들의 포사격정황이 포착됐다"고 주장했다. 총참모부는 "제기된 적정(적에 대한 정보)에 대처하여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동부 및 서부전선부대들이 대응조치의 일환으로 14일 17시부터 20시까지 사이에 적정발생지점과 상응한 아군종심구역들에서 동, 서해상으로 방사포경고사격을 진행하도록 했다"고 했다.
총참모부는 "14일 오후에 진행된 아군전선부대들의 대응시위사격은 전선지역에서 거듭되는 적들의 고의적인 도발책동에 다시 한번 명백한 경고를 보내자는데 목적이 있다"며 "앞으로도 우리 군대는 조선반도(한반도)의 군사적긴장을 격화시키는 적들의 그 어떤 도발책동도 절대로 묵과하지 않을 것이며 철저하고도 압도적인 군사적 대응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전날에도 연쇄적으로 이뤄진 자신들의 군용기 무력 시위와 동·서해상 포격,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남조선군이 전방 지역에서 무려 10시간에 걸쳐 포 사격을 감행"한 데 대한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군대는 전선 지역에서 군사적 긴장을 유발하는 남조선 군부의 무분별한 군사 활동에 엄중한 경고를 보낸다"고 했다. 북한군이 문제 삼은 우리 측의 '전방 지역 10시간 포사격'은 주한미군이 13일 철원 지역에서 실시한 다연장로켓체계(MLRS) 연습탄 사격으로 이틀 전 내용과 장소, 시간이 미리 공개된 예고된 훈련이었다.
이종섭 국방부장관은 북한의 이같은 행태에 대해 16일 "북한이 정당한 우리측 사격훈련을 '고의적 도발책동'이라고 억지주장하면서 9.19 군사합의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행위를 서슴지않는 것은 치밀하게 계획된 도발이자, 의도된 일련의 도발 시나리오의 시작일수 있다"고 평가했다. 7차 핵실험을 앞두고 있는 북한이 명분쌓기를 위해 이같은 적반하장 주장을 늘어놓고 있다고 본 것이다.
16일 오후 합참 전투통제실을 찾아 대비태세를 점검한 이 장관은 "작전현장의 지휘관과 장병들이 북한의 그 어떤 성동격서식 직접적 도발이 발생할 경우 추호의 망설임 없이 자위권 차원의 단호한 초기대응을 시행하는 현장작전종결태세를 갖출 것"을 강조했다.
한편 북한의 지난 14일 완충구역 도발에 대해 우방국들은 탄도미사일 발사 등에 비해서는 다소 온건한 반응을 보였다. 9.19 군사합의가 남북한 간에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북한의 이번 도발을 적시하기 보다는 최근 전반적인 긴장고조에 대한 자제 요청이 주를 이뤘다.
플로렌시아 소토 니뇨 유엔 부대변인은 14일(현지시간) 북한의 도발에 대한 입장을 묻는 미국의소리(VOA) 방송 질의에 "유엔 사무총장은 북한이 지속가능한 평화와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 달성을 위해 주요 당사국과 대화를 재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답했다. 나빌라 마스랄리 EU 외교·안보정책 담당 대변인도"거듭된 불법 도발을 규탄하며 북한에 국제와 역내 긴장을 더 고조시킬 수 있는 어떤 행동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베단트 파텔 국무부 수석부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의 최근 탄도미사일 발사 및 다른 도발 행위를 규탄한다"면서 "우리는 북한에 도발과 위협적인 행동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예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