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3일 직무 관련성 논란이 일었던 한국조선해양주식 1670주와 현대중공업 690주를 전량 매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4일 "이 대표의 방산주 보유는 이해충돌방지 의무 위반에 해당된다"며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은 해군에 함정 관련 납품을 하는 방위산업체로 분류된다.
초선 의원인 이 대표는 방위사업청을 피감기관으로 둔 국회 국방위원회에 소속돼 있어 방산주 보유는 '이해충돌' 여지가 다분하다.
이 대표는 올 4월말~5월초 수차례 걸쳐 주식을 나눠 2억3000여만원 어치를 매입했다고 한다.
하지만 주식가격이 최근 하락하면서 수천만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공보국은 "이 대표가 (당 대표 선출 직후인) 8월30일 백지신탁 등에 대한 심사를 청구했다"며 "하지만 백지신탁 절차와 무관하게 상임위 활동 관련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주식 전량을 매각했다"고 전했다.
물론 정치인이라고 해서 주식에 투자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 대표도 지난해 11월14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제가 요새는 못하는데 (과거에는) 주축으로 주식투자했던 데가 조선이다"며 "저는 상승 사이클이라 덕을 봤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하지만 주식 투자는 어디까지나 국회의원의 직분이나 자신이 속한 상임위와 전혀 무관할 때만 가능하다.
만일 국회의원이 자신의 상임위 활동과 밀접한 기업 주식을 대거 사들인 뒤 의정활동을 통해 자신이 보유한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면 일반 주식 투자자들 입장에선 명백한 불공정 게임이다.
게다가 국회의원이 자신의 권한과 정보를 악용하거나, 우월적 지위를 내세워 정책까지 왜곡하고 사익을 추구한다면 국가경제에도 큰 해악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2억이 넘는 방산주식을 보유한 이 대표가 주식을 처분하지도 않은 채 국회 상임위 배정때 국방위를 1순위로 써낸 것은 도무지 납득하기 힘들다.
이러니 국민의힘이 이 대표를 겨냥해 "국방위에서 주식 작전을 하려고 하나"라고 질타하는 것 아닌가.
이해충돌 방지는 국회의원 윤리의 핵심이다.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하는 이해충돌방지법은 지난해 4월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지난 5월 30일부터 시행 중이다.
헌법 46조에도 국회의원의 청렴의무와 함께 '국회의원은 그 지위를 남용해 재산상의 권리·이익을 취하거나 알선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이 대표 또한 경기지사 시절인 지난해 3월 이해충돌방지법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면서 "공직 염결성(廉潔性·청렴하고 결백한 덕목)에는 예외가 없다"며 "공직자의 지위와 권한 정보를 이용한 사익추구 금지에 예외가 있어선 안된다"고 했다.
전적으로 옳은 지적이다.
이 대표가 자신의 말처럼 청렴하고 결백한 공직자가 되려 한다면, 자신의 방산주 보유 논란부터 직접 해명하는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지금처럼 민주당 공보국을 통해 우회적으로 입장을 밝히거나 방위사업청에 대한 국정감사 불참으로 자신의 허물을 슬쩍 눙칠게 아니라, 상세한 소명을 통해 국민을 설득하고 잘못이 있으면 사과해야 한다.
군자는 의(義)에 밝고 소인은 이(利)에 밝은 법이다.
채근담에도 "사리사욕의 마음을 비워야 의리가 와서 자리를 잡는다"고 했다.
국가 지도자를 꿈꾸
이 대표가 자신에게 닥친 난관과 시련을 편법과 꼼수로 자꾸 피하려 할게 아니라, 정면으로 당당히 맞서는 모습을 보여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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