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김일성주의자라고 지칭해 국정감사장에서 쫓겨난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이튿날에도 재차 강경발언을 쏟아냈다. '총살감' '종북주의자' 등 발언을 재차 확인하며 전날 야당의원들에게 사과했던 내용도 사실상 번복했다. 사회적 대화를 이끌어야 할 중재자로서 강경 일변도로 치닫자 여권내에서도 슬슬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가 새어 나온다.
13일 오전 김 위원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문재인 전 대통령은 총살감이고 김일성 주의자"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이날 방송에서 김 위원장은 "신영복의 사상을 따른다는 것은 김일성 주의자"라고 주장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징역 기간으로 미루어 본다면 문재인 전 대통령은 총살감"이라고 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 재임 기간에 대해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대해 "악몽 같은 5년을 보냈다"고 답하기도 했다.
라디오 진행자가 '극단적인 사고를 그렇게 명확하게 공개적인 자리에서 표현한다면 그 자리(경사노위 위원장)에 과연 걸맞은 것인가, 이런 문제제기가 나온다'고 되물어도 입장은 마찬가지였다. 김 위원장은 "문 전 대통령은 평창올림픽 개막 디셉션에서 당시에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그리고 김영남(전 북한 최고인민회의 위원장)과 김여정을 앞에 두고, 세계 100여 개국 정상을 앞에 두고 내가 가장 존경하는 한국의 사상가는 신영복이라고 공개적으로 전 세계에 공포를 했다"고 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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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약발표하는 김문수 후보 [사진 = 연합뉴스] |
그는 전날 환경노동위 국감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종북 주사파라고 생각하나'라는 전용기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문 전 대통령이 신영복 선생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라(고 한다)면 김일성주의자"라고 답하면서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사과와 사과번복을 거듭하다 결국 밤늦게 퇴장당했다.
민주당은 이런 사태가 이미 예견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극우성향인 전광훈 목사와 의기투합해 태극기 집회에 합류하고 김문수TV라는 유튜브 채널 운영자가 돼 본격적인 극우 행보를 걸어 왔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위원장 내정 직후 유튜브 계정을 서둘러 닫았는데 공직 임명에도 정치성향을 대놓고 드러냈다는 것이다.
전날 김 위원장과 설전을 주고 받았던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 출연에서 "애초에 (국정감사장에서) 김 위원장에게 질의하고 싶지 않았다. (윤건영은 주사파 글에 대해)응당 제가 물으면 사과가 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서 서글프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 공세탓을 하면서 김 위원장의 퇴장에 적극적으로 항의하다 국감장을 떠났다. 그러나 여권에서도 슬슬 역효과를 우려하는 눈치다.
나경원 전 의원은 이날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그동안 제야에 있으면서 말씀하신 부분이 있어서 아마 그 말씀 끝까지 유지하신 것 같다"면서도 "국감장 모습이 그렇게 된 게 참 모양이 좋아 보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정치인 출신으로 소신을 지킨 것은 좋지만 여야가 함께 질의하는 공론장에서까지 꼭 그럴필요가 있었냐는 의미로 해석됐다. 그러나 해당 국감장에서 민주당의 집요한 공세에 대해서는 "민주당도 그런데 어제 지나치더라"며 "정신 상태가 건전한 거냐 이런 취지로 어느 의원인가 얘기하던데 좀 너무하다"고 꼬집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도 "이런 (김 위원장)발언이 이른바 색깔론 프레임으로 번질 수가 있다"며 "김문수 위원장의 발언을 잘했다. 시원하다고 생각하는 국민보다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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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김문수 신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하기 위해 참석자들을 부르고 있다. [이승환 기자] |
아무리 정치적 소신이라고 하지만 정제되지 않은 과거 발언에 대해서 여과없이 쏟아내게 되면 민심은 민심대로 나빠지고 윤 대통령에게는 또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인 셈이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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