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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파기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 비대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결단의 순간이 왔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문재인정부 시절 체결된 9.19 남북 군사합의는 물론 1991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역시 파기되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 선언'은 1991년 12월 남북이 함께 비핵화를 약속한 선언문이다. 정 위원장은 "30여년이 지난 지금 북한은 플루토늄 우라늄 핵 폭탄을 핵무기고에 쟁여 놓고, 대륙간 탄도미사일까지 보유했다"면서 "언제든 우리 머리 위로 핵폭탄이 떨어질지 모른다.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북한에 의해 휴지조각이 됐다"고 했다.
그는 이어 "한반도 비핵화 공동 선언의 한쪽 당사자인 북한은 핵보유국임을 천명하고 대한민국을 겨냥한 전술핵 운용부대의 실전훈련까지 하고 있다"면서 "우리만 30여 년 전의 남북간 비핵화 공동선언에 스스로 손발을 묶어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정 위원장은 그러면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맞는 말이다. 역사의 진실을 모르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적었다.
정 위원장은 "수백만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6.25 남침의 역사를 잊어서는 안된다"면서 "비핵화를 굳게 약속하고도 수백만 북한 주민을 굶겨 죽이면서까지 핵무장을 완성한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폭정을 잊어서는, 대한민국에 미래가 없다"고 했다. 이 같은 발언은 같은날 새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SNS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올린 것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최근 동해상에서 열린 한·미·일 연합 군사훈련을 '친일 국방'으로 비판하고 있다. 반면 정 위원장은 전날 이 대표와 민주당을 겨냥해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져 망했다'는 주장을 했는데 민주당으로부터 "식민사관"이라는 맹공을 받았다.
또 같은 당 유승민 전 의원에게도 "이게 우리 당 비대위원장의 말이 맞나"라며 "이재명의 덫에 놀아나는 천박한 발언"이라고 비판받았다. 이런 논란에도 정 위원장이 다시 한번 '비핵화 공동선언' 파기까지 언급하면서 강공을 이어가는 것은 안보를 둘러싼 '자강론'을 지키는 것이 보수지지층의 민심잡기에 훨씬 유리하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이 연일 미사일실험과 김정은 국방위원장까지 직접 나선 도발적 발언으로 공세를 높여가는 상황에서 친일프레임을 통한 정권 공격이 야권에도 결코 유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계산도 깔려 있다.
같은 당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구한말에 조선을 이끌었던 지도층들에 문제가 있었던 건 사실"이라며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의 관련 발언을 옹호했다.
성 의장은 정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국제정세를 보지 못했고 오로지 정치에 매몰돼서 싸웠던 지도층들이 어떻게 했을 때 나라가 망하는지 이런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말씀하신 거 아니겠나"고 말했다.
성 의장은 정 위원장의 글이 식민사관이라는 민주당의 비판에 "본질이 어디 있느냐를 다 알고 있으면서 위기에 몰리니까 또다시 친일몰이에 덧씌우기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북한 핵미사일이 우리를 향하고 있는 게 분명한데 한·미·일 군사훈련을 친일 프레임으로 몰이하는
미사일 방어 외에 또 다른 한·미·일 합동 군사훈련도 있을 수 있냐는 질문엔 "군사 전문가들이 판단할 영역이기는 한데 적이 새로운 형태의 도전을 해온다면 군사적 측면에서 당연히 하는 것이 ABC"라고 답했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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