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국정감사 첫날부터 문재인 전 대통령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으로 문 전 대통령에게 서면조사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정치탄압이 노골화되고 있다"고 반발하자 국민의힘은 "강제조사를 촉구한다"며 맞받았다.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는 시작부터 파행을 빚었다. 민주당 의원들이 노트북에 '정치탄압 중단하라'고 적힌 피켓을 붙이자 국민의힘 의원들도 '정쟁국감 NO 민생국감 YES'라는 피켓을 붙이면서 개의가 53분 지연됐다. 권칠승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에 감사원은 하수인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국감장 밖에선 의원총회 및 외교참사 정치탄압 규탄대회를 열며 공세를 펼쳤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민을 지키라는 총칼로 경쟁자를 짓밟았던 독재정권처럼 정의를 지키라는 사정 권력으로 공포정치에 나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권한을 사적 이익을 위해 남용하다가 과거 정권들이 어떤 결말을 맞았는지 되돌아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탄핵 시사 메시지로 반윤(反尹) 유권자를 모으고, 윤 대통령에게 경고를 보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최재해 감사원장을 향해 "사법 처리와 함께 사퇴도 계속 촉구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문 전 대통령이 서면조사를 거부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전 대통령들도 감사원 질문에 응답하고 심지어 수사까지 받았다"며 "특권을 인정해달란 건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정점식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 때 했던 발언을 거론한 뒤 "(발언을) 돌려드리겠다. 감사원도 전직 대통령이라고 예우할 것이 아니라 그냥 피조사자로 다루면 된다"며 "즉각적인 강제조사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이 "무례한 짓"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맹비난을 쏟아냈다. 직전 원내대표인 권성동 의원은 "국가기관 질문 앞에 무례를 운운했다는 것은 민주사회 대통령이 아닌 봉건시대 왕의 언어"라며 "초법적 존재라고 생각하시나"라고 지적했다. 김기현 의원은 "문 전 대통령과 가신들은 여전히 제왕 놀음에 빠져 있으니 그저 한심할 따름"이라고 일침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문 전 대통령의 불쾌감에 대해선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감사원에 힘을 실었다. 취재진이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문답)에서 '누구도 성역이 될 수 없다는 입장'에 대한 생각을 묻자 "일반 원칙이 아니겠느냐"며 야권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감사원은 헌법기관이고 대통령실과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기관"이라며 "대통령이 뭐라고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면조사 자체에 대해선 정당성을 부여하면서도, 문 전 대통령과 야권의 불쾌감에 대해선 입장을 내지 않으며 거리두기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감사원은 문 전 대통령에게 서면
[성승훈 기자 / 이희수 기자 /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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